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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일
[정치]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10일(金)
美 ‘先비핵화’ 확고한데… 韓은 “보상 앞당겨 北核 해결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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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당국, 韓정부 인식에 회의적
남북관계 밀착 美불만 더 키워

“韓정부의 대북제재 유예 요청
美에선 너무 지나치다 생각해”

“트럼프, 연합훈련 중단했지만
北에선 별 것 아닌 일로 치부”


미국이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에 대해 우리 정부와 현격한 인식 차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남북이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추진하고 있어 북 비핵화를 둘러싼 한·미 간의 갈등이 우려된다. 미국은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 등 모든 보상조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북한을 비핵화로 이끄는 유인책으로 보상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9일 북한의 제의로 전격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가 성사되고 정상회담에서 북 비핵화에 대한 추가적인 합의가 없을 경우 문재인 정부의 역할과 남북관계 개선의 의미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인식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10일 통일부에 따르면 13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의 주요 의제는 ‘판문점 선언 이행 상황 점검’과 ‘가을 남북정상회담 준비’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연내 종전선언’ 방안을 협의하고,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과 철도·도로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 시점을 8월 말로 앞당기는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크게 점쳐진다.

문제는 미·북 협상이 한 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데 대한 미국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치권에 정통한 국내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이 남북관계 때문에 대북 제재 예외 요청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며 “대북 제재 완화나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리 정부의 인식과는 달리, 북한의 요구는 비핵화와 상관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회의주의가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은 일단 대화의 문을 열어 놓되, 북한에 대한 보상책은 최대한 뒤로 미루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최근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말 대북 제재 주의보 한국어판을 공개했다. 또 미국 방송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석탄의 한국 밀반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 7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카운터파트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아닌,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지난달 25일 이례적으로 전화통화를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한·미 간의 인식 차가 계속 확대되면 북핵 논의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을 패싱하는 등 한·미 공조에 균열이 초래될 수도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미·북 협상 초기에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미·북에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북·중 간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한은 종전선언 요구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북한의 거세지는 종전선언 요구에 중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양보 카드로 썼지만, 북한은 이를 별거 아닌 일로 치부했다”며 “미국은 이 경험에 비춰, 종전선언을 내줘도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고 또 다른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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