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상공세, 11월 이후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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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무디스’ 톰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제언

“표 의식한 하원 개입 주저
美·中 사이에 낀 한국기업
2008년 위기 다시 올수도
글로벌 경영전략 새로 짜야”

톰 번(사진)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차별 통상공세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하원의 소극적 대처로 변화할 가능성이 작아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번 회장은 또한 “한국 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이 재현된다고 보고 글로벌 경영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번 회장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전후로 약 20년간 신용평가사 무디스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해 와 ‘미스터 무디스’로 불린다. 그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전경련 주최로 열린 ‘미·중 통상전쟁에 대한 미국 측 시각과 한국에의 영향’ 좌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미 의회의 노력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중적 지지도가 높고, 2020년 대선까지는 아닐지라도, 2018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하원이 개입을 주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무차별 통상공세의 영향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미국·중국 무역 전쟁의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 기업은 앞으로 글로벌 생산망과 관련한 경영 전략을 새로 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중국에 치우쳐 온 생산시설 투자에 대해 제고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3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타결에도 한국 기업은 여전히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와 통상법 슈퍼 301조 적용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글로벌 통상환경과 대미 투자환경 악화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으로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상황이 재현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번 회장은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이나 이자보상비율 등을 고려할 때 “현재 미·중 통상전쟁이 당장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는 무역부문의 문제로 거시적·미시적 측면에서 약점이 생겼으나 과거보다는 나아진 금융체질 덕분에 거시적·시스템적 안정성에 대한 위험요소는 약화했다는 것이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이 자리에서 “미 행정부의 중국 불공정무역, 보조금 지급, 지재권보호 정책에 대해 집중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하지만 통상전쟁 형태보다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다른 국가와 협력 형태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