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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10일(金)
하 석좌교수는… 학자의 길 걸으며 國政도 두루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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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선 ‘韓 근대화 모델’ 연구에 집중

지난 7월 30일 잠시 한국을 찾았다가 서울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후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한 하용출(69) 미 워싱턴대 잭슨스쿨 석좌교수는 1년 대부분을 소속 학교가 있는 미국 시애틀에서 보내면서도 국내 정치·사회에 대해 세세히 파악하고 분석하고 있었다. 소련 정치를 전공했던 그는 자본주의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 한국 사회의 근대화 과정은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특성을 지닌 모델인 반면, 근대화·산업화의 가치만 주장하는 한국의 보수 진영은 전통적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교수는 서울대 교수직을 떠나 지난 2007년 워싱턴대로 이적하게 된 계기와 지금의 연구 주제에 대해 “지금 중요한 것은 한국의 근대화 경험을 좀 더 체계적, 구체적, 단계적으로 정리해서 세계에 표출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 한국의 근대화 경험에 대한 얘기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또 “지금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준비된 것은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대한 것이고 이를 통해서 한국 사회가 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면에서 정제된 근대성을 안정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이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다”며 “잭슨스쿨에 간 이유는 이 연구를 위한 한국학은 결국 국제적으로 비교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근대화 경험에 대해 “한국만 얘기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서 한국 케이스의 차이점과 비슷한 점을 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격화되고 있는 진보·보수 진영 간의 대립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의견을 펼쳤다. 하 교수는 “지금 한국의 정치 공간이 상당히 비어 있다”며 “이는 현재 진보 세력의 포뮬러(공식)로도 해결이 안 되고 보수의 포뮬러로도 안 되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정치적인 비전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의 재창출뿐만 아니라 정계 전체에 파장을 미칠 수 있는 정계 개편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고 오히려 진보 세력도 내부에서 분열이 나올 수 있다. 지금 이미 그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보수 진영에 대해서는 “영국을 보면 보수는 전통적 가치에 대한 집착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보수가 없었다”며 “우리나라 보수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얘기하는데, 이것은 전통적 가치와 아무 관계가 없다. 결국 보수가 내세우거나 지킬 만한 가치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 진영의 국정 관리 능력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하 교수는 “그동안 보수가 지역화돼 왔기 때문에 그것과 싸우느라고 진보 세력은 한국 사회를 파악해서 그것을 관리할 수 있는 준비가 사실상 제대로 안 됐다”며 “또 상황적으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때문에 갑자기 정권을 잡게 돼 구조적, 상황적으로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국제 정치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사회에 대한 즉각적이고 냉철한 분석과 통찰은 외교학도에서 시작해 국정을 직간접적으로 두루 경험했던 그의 이력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1971년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하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경제과학심의회의 사무관 및 상공부 사무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켄트주립대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 국제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86년 서울대 외교학과에 조교수로 부임하면서 줄곧 학자의 길을 걸었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사회 현실에 대한 끈도 놓지 않았다. 하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시민사회 연구를 하려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다양한 현상들을 짚어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불안정·불균형성이 있고 그 속에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뤘으니 근대성이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건 정책으로 풀 수도 없고 한국 사회에서 같이 해결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1949년생 △서울대 외교학과 △상공부 사무관 △미 켄트주립대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 및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1998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2000년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및 국가기록연구원 이사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미국 워싱턴대 잭슨스쿨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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