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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10일(金)
‘그림의 시인’ 노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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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그림은 내게 인생의 숙제를 푸는 도구이고 길이다. 그 속에서 나는 나를 태우고, 녹이고, 잊고, 들여다본다. 살아남기 위해 전쟁터의 병사처럼 싸울 필요는 없다. 풀밭 위의 아이들처럼 뛰어놀아야 한다.” 독일 표현주의 거장(巨匠)으로, 유럽 화단에서 ‘그림의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노은님(72) 화백의 말이다. 이런 말도 했다. “많은 시간을 깊은 고독과 끝없는 방황 속에서 벌 받은 사람처럼 지냈다. 외로워서 괴로웠고, 괴로워서 외로웠다. 그림은 나를 버리고 욕심을 덜어내는 과정의 산물이다.”

독일의 대표적 미술평론가 아넬리 폴렌이 ‘동양의 명상과 유럽의 표현주의를 잇는 다리’라고 표현한 노은님 작품들은 과감한 생략, 명징한 색채, 동화적 분위기 등으로 ‘단순미(美)의 극치에서 도가(道家)의 여유도 느껴진다’는 평가도 따른다. 미술 저널리스트 김복기 경기대 교수가 “어린 시절의 무구(無垢)한 눈으로 포착한, 나뭇잎이 되어 즐겁게 매달려 있는 사람의 얼굴, 푸른 하늘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 물속에서 깃털을 펄럭이는 사람 등은 독일 표현주의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한 말도 그 연장선이다. 이정희 베를린자유대 동양미술사학과 교수가 “의미 없어 보이는 생명체에 날개를 달아줘서, 별과 달 사이를 여행하게 하거나 광대무변의 바다를 헤엄치게 한다. 순수함 속에서도 고뇌를 느낄 수 있는 진실하고 깊은 맛이 그녀의 힘”이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1970년 파독(派獨) 간호조무사로 현지 병원에 근무하던 그녀가 국립 함부르크미술대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화가로 발돋움해 함부르크조형예술대 교수로 정년퇴직하기까지의 감동 스토리는 널리 알려져 있다.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 전위예술가 조지프 보이스 등과의 예술적 공감과 교유(交遊)도 그중의 하나다. 그가 그린 ‘해질 무렵의 동물’은 프란츠 카프카 소설 ‘변신’과 나란히 프랑스 중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함부르크와 미헬슈타트 아틀리에를 오가며 작업하는 그의 걸작 37점이 경기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에서 지난 4월 27일 시작해, 오는 26일 끝나는 ‘Simple 2018 : 고(故)장욱진·노은님’ 2인전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모든 복잡함을 버리고, 단순함만 남아 있을 때 예술은 살아난다”는 그의 작품 앞에서 ‘심플’을 느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행복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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