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석탄 반입 파장>美, 남북고위급회담 전날 “제재” 강조… 경협·北석탄 경고?

- ‘대화가 제재 대체못해’ 논평

일부 對北관계 복원 언급하며
韓향해 우회적 불만 표출한 듯

미국 정부가 북한산 석탄 밀반입 사건에 연루된 한국의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 사용을 자제하면서 대북 제재 국면에서 엇박자를 빚을 가능성이 있는 남북 경제협력 문제에 대한 경고음을 높이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가 1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측에 “대화가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나 미국의 제재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밝힌 것은 표면적으로는 필리핀 등 일부 국가의 대북 관계 복원 시도에 대한 논평이지만 북한산 석탄 밀반입 사건이 발생한 한국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국무부는 한국의 북한 석탄 밀반입 사건과 관련해 이날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 문제에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단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여부에 대해서 아예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남북경협 속도에 따라 언제든 제동을 걸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테드 포(공화·텍사스) 미국 하원 비확산무역 소위원장도 최근 “북한산 석탄 밀반입 관련, 한국 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한국 내 일각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움직임에 대해 제재 유지 필요성을 강조하는 논평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남북철도 연결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은 제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약화시킬지도 모른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비핵화 논의가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3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미군 기관지인 성조지는 12일 “보통 미국과 한국이 연례 군사훈련 준비를 하는 시기에 한국은 (훈련) 대신 동맹(미국)의 주요 적(북한)과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미·북) 중간에 낀 한국이 오랜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병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CNS)’의 캐서린 딜 연구원은 “한국이 현재 한·미 관계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남북관계에) 커다란 진전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