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民·官 함께 ‘공유재산 임차인보호’ 공론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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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재산인 지하도상가의 전대(재임대)를 허용하고 있는 인천시의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가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됐다. 앞서 시는 공청회에서 이 같은 조례 개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피해 최소화 방법을 찾겠다고 설명했지만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시가 관리운영하고 있는 15곳의 지하도상가 점포 3579곳 중 80%에 달하는 3000여 곳이 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같은 처지의 서울시는 최근 개정 조례를 공포하면서 임차권 양도·양수 허용 조항이 불법 권리금을 발생시키고 수요자의 공정한 입찰 기회를 차단하는 등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위배된다는 행정안전부의 유권 해석을 덧붙였다. 의회는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한 임차인의 충격 최소화 방안도 모색하라고 토를 달았지만 해법 찾기는 만만찮아 보인다.

하지만 귀책사유가 상인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인천지하도상가는 민간자본 투입을 통해 건설되다 보니 기부채납 후 일정 기간 무상으로 사용돼왔다. 무상사용 종료 후 개·보수 공사도 상인의 자금으로 이뤄지자 다시 기부채납 후 일정 기간 수의계약 형태로의 점유사용이 유지돼왔다. 이 과정에서 전대 행위 등을 허용하는 조례가 만들어진 거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잘못된 제도는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그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가 있다면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동안 낙후된 원도심에 남아 지하도상가의 번영을 가져온 상가 임차인들의 권리 주장과 생계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는 전대인을 위한 대책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

최근 정부는 ‘백 년 동안 한 자리에서 장사할 수 있는 가계를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차인 권리 강화 정책에 따른 거다.

이에 2015년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개정으로 권리금과 임차인이 보호받았듯이, 당시 제외된 공유재산 임차인의 권리금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하는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