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럽 M 단원들이 자유로운 복장으로 리허설
클럽M
보이그룹 아이콘(iKON)의 ‘사랑을 했다’는 쉽고 간단한 멜로디와 가사로 올 상반기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인기는 특히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사이에서 폭발적이었는데, 한 아이가 시작하면 모두 따라 부르는 ‘떼창’ 동영상이 SNS에 퍼지며 아이콘은 새로운 ‘초통령’이 됐다. 반응에 힘입어 아이콘은 새 음반 발매와 함께 떼창 이벤트를 개최하고, 어린 팬들을 한강공원에 초대해 직접 만났다. 신곡 ‘죽겠다’의 중독성 강한 멜로디에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보이그룹 아이콘을 화두로 삼은 건 이들이 대중을 만나는 방식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다. 대중음악계가 팬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데 비해 클래식 음악계는 너무나 소극적이었던 게 아닐까. 물론 대중가요 시장과 클래식 음악 시장을 같은 잣대로 바라볼 수는 없다. 각 분야는 다루는 음악의 성격도, 음악가들이 성장하는 방식도, 팬들이 음악을 즐기는 방식도 전부 다르다. 다만 시대가 변하는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시도하는 일에 부지런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지난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클럽 M의 ‘새로운 시대’ 공연 중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아돌프 블랑의 7중주 연주에 앞서 비올리스트 이신규는 마이크를 잡았다. 이야기를 소재로 한 표제음악은 아니었지만,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주자들이 연습 과정에서 떠올린 가상의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바이올린을 결혼식을 앞둔 신부, 클라리넷을 신랑으로 설정하고, 첼로는 바이올린을 짝사랑하는 오랜 친구, 호른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성직자이자 주례자, 더블베이스는 바이올린의 아버지인 비올라의 비밀을 들어주는 입이 무거운 친구라 설정하며 관객의 흥미를 유발했다. 투박하고 허술한 설명이었지만, 각 악기의 특징을 잘 모르는 클래식 음악 초심자 관객이 30분가량 펼쳐질 4악장 구성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친절한 가이드가 됐다. “스토리를 잊어버리고 음악 그 자체에 빠져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에게도 낯선 작곡가인 아돌프 블랑이 남겨놓은, 베토벤에게서 영향을 받은 고전적인 구성과 작법을 이들은 유려하고 아름답게 연주하며 만족스러운 무대를 선보였다.
이날 프로그램 중 손에 꼽을 만한 또 다른 순서는 손일훈의 창작곡 ‘마인드 맵’ 초연이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젊은 작곡가의 작품이 연주될 기회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드물다. 손일훈은 일반적이지 않은 악기 편성의 클럽 M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작품을 만들어 선보였다. 이번에 들려준 10중주 ‘마인드 맵’은 짧게 분절된 모티브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잔잔한 파도를 묘사하는 듯한 피아노 음형 위로 서로 다른 빛깔의 음색들이 표류하고, 이어 객석으로 쏟아지듯 마구 뒤섞이다, 물방울이 튀어 오르듯 솟구치며 끝나는 진행이 흥미로웠다. 아이디어는 재치 있었지만, 짜임새가 다소 엉성하고, 기술적인 표현에 있어 조금 더 정돈이 필요한 듯 느껴지는 부분들은 아쉬움을 남겼다.
클럽 M은 피아니스트 김재원을 주축으로, 비슷한 또래의 남성 연주자들이 뜻을 모아 결성한 연주 단체다. 김덕우(바이올린)·이신규(비올라)·심준호(첼로)·조성현(플루트)·고관수(오보에)·김상윤(클라리넷)·유성권(바순)·김홍박(호른) 등 세계무대에서 독주자 또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약하는 총 9인의 연주자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창단한 이후 기획과 홍보까지 자체적으로 소화하며 버스킹, SNS 라이브 연주 등을 시도했다. 클럽 M의 탄생과 행보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고무적인 사건이지만, 이들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많다. 신뢰받는 실내악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유의 레퍼토리를 축적하고, 새롭게 유입한 관객을 꾸준히 공연장으로 불러들일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언제까지 캐논 변주곡으로 박수를 받을 수는 없다.
클럽 M은 15일 ‘스타즈 온 스테이지’ 무대에도 오른다. 임동혁·김선욱·김수연·김봄소리·이상 엔더스 등 국내 대표 클래식 스타들이 하루 4회 릴레이 형식으로 공연하는 연주회로, 실내악의 정수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형식의 무대인 만큼 클래식 음악계 오랜 팬들의 사랑에 응답하는 선물 같은 공연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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