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비서 성폭행 혐의’ 1심 無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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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미투’ 5개월만에 첫 판결
“위력 행사된 구체적 증거 없다”
여성계 반발…性갈등 격화 전망

비서 김지은(33)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3·사진) 전 충남지사에게 법원이 14일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안 전 지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김 씨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경찰의 편파수사 등으로 불거진 성(性) 갈등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 조병구)는 이날 오전 열린 선고 공판에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피해자의 저항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물리적인 강제력, 위력이 행사된 구체적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차기 유력 대권주자, 유명 정치인, 도지사이고 피해자에 대한 임면 권한이 있어 위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피고인이 도청 내에서 피해자에 대해 정치적·사회적 힘에 기초한 위력을 항시 행사했거나 남용했고, 직원들의 자유 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명시적인 동의를 표한 적이 없고 내심에는 반(反)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부동의 간음죄가 없는) 현재 성폭력 처벌 체계 하에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이 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는 김 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4월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김 씨는 러시아와 스위스 등 해외 출장 기간 중 안 전 지사가 자신을 수차례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권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저지른 중대한 범죄”라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여성계는 “이번 판결은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입을 막은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찰의 편파수사 논란을 촉발했던 홍익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피의자가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과 맞물리면서 여성들의 반발이 커질 전망이다.

손우성·윤명진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