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디폴트 경고음 커져… ‘터키 쇼크’ 위기감 고조

파산 가능성 리먼 사태후 최고
“시간 없어… IMF행 선택해야”
에르도안, 美와 경제전쟁 선언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리라화 가치 급락에 살인적인 물가상승률까지 겹치며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최고조로 치솟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외에선 터키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국제적인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13일 터키에서는 누적된 인플레이션과 미국과의 마찰로 리라화 폭락이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로 진입했다. 이날 외신들에 따르면 터키 곳곳에서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상품 사재기’가 나타나고 있고, 도매업자들은 아예 물건 유통을 하지 않고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버버리 등 고가의 제품을 리라화로 저렴하게 직구(직접구매)하려는 움직임까지 국내에서 일고 있을 정도다. 터키 국민들 사이에서는 SNS 등을 통해 디폴트 임박설이 나돌고 있지만, 터키 당국은 “SNS 이용자들이 가짜뉴스로 나라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쿠르드계 이라크 매체 쿠르디스탄24은 “터키 내무부는 사법당국이 리라화 추락을 야기한 SNS 계정과 연관된 346명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스와프딜러협회(ISDA)에 따르면 13일 터키의 5년 신용부도스와프(CDS) 지수는 582로 마감됐다. 이는 올해 1월 1일 160에서 3배 넘게 상승한 규모다. CDS는 국가나 기업이 부도가 났을 때 투자자들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제3의 기관과 계약을 체결하는 장외 신용파생상품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부도 위험이 높다. 블룸버그통신은 “터키의 CDS 지수는 지난 2008년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온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터키의 외환위기가 실제 디폴트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과 우려가 수치로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 일간 휘리예트는 “이전부터 터키 경제가 계속 안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10일 경제제재를 암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간첩혐의로 수감 중인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 석방을 요구하면서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2배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는 터키의 △러시아 무기 도입 △이란 제재 불참 △시리아 사태 등을 놓고 미국과의 갈등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