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남북경협 구상’ 밝힌 날… 美 ‘대북제재 칼’ 다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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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재무부 추가제재 의미

비핵화 협상은 진전없는데
종전선언·경협 시도에 제동

“북핵 - 남북관계 별개 아냐”
美 ‘비핵화 최우선’ 재확인

폼페이오 4차 방북 앞두고
‘北오판 차단용 경고’ 분석도

미국 정부가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 경제협력 가속화와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상 등을 밝힌 날 대북 제재의 칼을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이 비핵화 의제를 미뤄두고 종전선언과 남북 경협에 속도를 낼 조짐을 보이자 비핵화가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라는 점을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앞두고 북한과 주변국들의 섣부른 행동을 막기 위한 사전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 재무부는 이날 북한과의 불법 무역 거래에 나선 △중국의 ‘다롄 선문스타 국제물류무역’ 주식회사 △다롄 선문스타의 싱가포르 자회사인 신에스엠에스 △러시아의 프로피넷 주식회사 및 회사 사장인 러시아 국적의 바실리 콜차노프 등 법인 3곳과 개인 1명을 제재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지난 3일 러시아은행 1곳과 중국과 북한의 유령회사 2곳, 북한계 러시아인 1명에 대한 독자 제재 이후 12일 만이다. 미국은 2월 무더기 대북 제재 이후 북한과의 대화 국면이 시작되자 대북 추가 제재를 중단했으나 비핵화 협상 부진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지속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달 3일 대북 제재를 재개했다.

특히 이번 대북 독자 제재 추가 발표는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며 남북 경제협력 구상을 밝히는 등 대북정책을 놓고 미국과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인 날 나왔다. 비핵화와 관련한 미·북 협상이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 경제협력이 앞서 갈 경우 북한 비핵화라는 목적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성명을 통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가 달성되기까지 제재를 위반할 경우 상응하는 결과가 주어질 것”이라고 밝힌 점은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북한산 석탄 밀반입 늑장수사와 철도·도로 연결 등 대북 제재에서 이탈 움직임을 보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사실상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북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는 선언적 문구로만 반복한 채 종전선언과 경협의 청사진을 내놓는 것을 사전 차단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도 지난 13일 남북한의 정상회담 합의와 관련한 문화일보 논평 요청에 “문 대통령의 말처럼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은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며 비핵화와 남북 협력 속도가 같아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미 재무부의 이번 추가 제재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미·북 사이에서 ‘핵시설 신고와 종전선언 맞교환’설이 나오고 있지만,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수준만큼 핵시설을 신고할 의사를 미·북 협상에서 나타내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미·북 협상에서 타임 테이블 없는 선언적인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나 엉성한 핵시설 신고서로 종전선언을 맞바꾸려 하고 있으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도 미·북 협상 진전 과시를 위해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