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복규제 탓… 中에 완전히 밀리는 ‘게임종주국 코리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게임 2012년후 역성장
법적 근거없는 결제한도 규제
문체부·여가부 이중 셧다운제
개발의지 실종속 中 시장점령

정부의 중복 규제 탓에 온라인게임 시장을 개척한 한국이 종주국 지위를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온라인 게임 업체들의 개발 의지가 꺾이면서 시장이 역성장하는 와중에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2012년부터 역성장 중이다. 시장 규모는 2012년 6조7839억 원에서 2016년 4조6464억 원으로 4년 전 대비 30%가량 줄었다. 이는 온라인 게임 제작 건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게임물 등급을 받은 온라인게임은 2011년 1024건, 2012년 890건, 2013년 549건, 2014년 512건, 2015년 542건, 2016년 363건이다. 온라인게임 출시 건수가 5년 만에 70%가량 줄어든 것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와 셧다운제 등 규제가 꼽힌다. 온라인결제 한도는 대표적인 ‘그림자 규제’다. 결제 한도는 지난 2005년 게임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정하기 시작했으나 2007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 등급 신청 시 결제 한도를 의무 기재하는 항목을 만들었다. 2009년에는 한도를 월 50만 원(성인 기준)으로 올렸다. 이는 법적 근거나 법령이 없는 규제를 행정 기관이 자의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각 사업자의 매출 최대치를 한정하자 모바일 등 다른 플랫폼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면서 온라인 게임 산업 자체를 위축하는 결과를 낳았다.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는 ‘이중 규제’다. 여성가족부와 문체부가 각각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를 시행 중이다. 셧다운제를 시행하려면 업체들은 두 가지 법률에 맞춰 별도 인증 시스템과 서버를 각각 구축해야 한다. 50인 미만 게임업체들은 경영난을 호소하면서 게임 개발을 철회하는 실정이다. 업계는 이원화된 규제를 선택적 셧다운제로 일원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개발 여건이 악화되자 현재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만 명맥을 잇고 있다. 게임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도 모바일에서만 나오고 있다. 반면 규제에서 자유로운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2011년 약 9조 원에서 2016년 약 29조 원으로 5년 만에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명이 짧은 모바일 게임과 달리 온라인 게임은 지적재산권(IP)의 사업성도 뛰어난 만큼 한국이 시장 지배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중복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