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인데 3개월 생이별… 금메달로 보상할래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민(해운대구청)이 지난 12일 덴마크 오르후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요트 레이저 종목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대한요트협회 제공

- 요트 레이저 최강자 하지민

아시아·세계선수권 참가 이어
AG출전 위해 자카르타에 입성

24~ 31일 총 12차례 레이스
187㎝·80㎏… 파워·기술 겸비
“敵은 나자신뿐”… 3연패 도전

요트, 특히 레이저 종목은 ‘바다 위 체스’로 불린다. 상대의 다음 수를 읽어야 승리할 수 있는 체스처럼 요트 레이저 선수는 5분, 10분 뒤 바람과 파고를 내다봐야 한다. 레이저 종목의 딩기요트는 엔진과 선실이 없는 무동력선. 오직 배를 앞으로 밀어주는 바람길을 찾아 고독한 레이스를 펼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요트 레이저에 출전하는 하지민(29·해운대구청)은 더욱 외롭다. 지난 1월 결혼한 신혼이지만, 벌써 두 달 넘게 아내의 얼굴을 못 봤기 때문이다.

하지민은 제17회 아시아요트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지난 6월 초 집(부산)을 떠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향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출전권이 걸려 있는 아시아선수권에서 하지민은 합계 12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기쁨’도 잠시, 하지민은 곧장 국제요트연맹(IASF) 세계선수권 참가를 위해 유럽으로 떠났다. 지난 12일 덴마크 오르후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은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의 40%(14장)가 걸려 있었고, 165명의 출전자 중 상위 25위 안에 들어야 했다. 22위로 마감한 하지민은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곧바로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다시 자카르타로 돌아갔다.

레이저 종목은 오는 24일부터 31일까지 치러진다. 하지민이 모든 일정을 소화하면 3개월가량 아내와 생이별을 하게 되는 셈. 하지민은 “아내가 너무 보고 싶다”며 “부산 앞바다를 보며 함께 커피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요트는 아시안게임의 효자 종목이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요트대표팀은 모두 6개(금 1, 은 2, 동 3)의 메달을 획득했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6개(금 4, 은 1, 동 1)의 메달을 거머쥐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도 4년 전과 비슷한 성적을 노리고 있으며 10개 세부 종목에 12명이 출전한다.

물론 하지민이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하지민은 이번에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한다.

레이저 종목은 길이 4.23m, 너비 1.37m, 무게 59㎏의 1인승 요트 위에서 모든 것을 혼자 조작한다. 경기 당일의 바람과 조류, 파도 등 해상상황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총 12차례의 레이스를 치러 벌점 합계로 순위를 결정한다. 기술은 물론 체력이 뒷받침돼야 메달권 진입이 가능한데, 하지민은 두 조건을 균형 있게 갖췄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하지민은 어릴 적부터 바다를 친구 삼아 바람길을 익혔다. 187㎝, 80㎏의 건장한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파워는 유도선수 못지않다.

말레이시아의 카일룰니잠 아펜디가 유일한 경쟁자로 꼽히지만, 하지민이 늘 이겼다. 아시아선수권에서 하지민이 1위, 아펜디가 2위였다. 하지민의 가장 큰 적은 자신뿐. 하지민은 “결혼한 뒤 절반 가까이를 아내와 떨어져 있었다”면서 “그리움을 향해 파도를 헤쳐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민은 “아내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도록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며 “요트에선 늘 아내와 함께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