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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Fifty+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17일(金)
달렸더니 ‘새 삶’이 왔다… 폭염도 못막는 ‘질주靑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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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주년 일산호수마라톤클럽

고혈압 환자였던 79세 회원
주4일 1시간씩 뛰며 괴물체력
“마라톤 장점은 한마디로 건강”

계단 오르기도 쩔쩔 60세女
풀코스 100회 완주 철인으로
“우울증 떨치고 삶 활력 찾아”

30도 넘는 폭염속 저녁에도
200여명 호수공원에 모여
40세~70세까지 달빛달리기

같이 뛰는 과정서 진한 동지애
상호 존중·존경 마음 갖게 돼
동호회서 만나 결혼한 커플도


“의사 선생님이 ‘건강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건강하시냐’고 물으시더라니까요. ‘제가 20년을 뛰었습니다.’ 선생님께 자랑스럽게 대답했죠.”

낮 동안 기승을 부렸던 무더위가 그나마 한풀 꺾인 지난 14일 오후 7시가 되자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는 가벼운 운동복 차림에 마라톤화를 신은 늦깎이 마라토너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20여 분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무리를 지어 호수공원코스를 달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눈가 주름이 깊게 팬 중장년이 다수였지만, 체격은 20대 부럽지 않게 다부졌다. 중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두둑한 뱃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백호야!” “이 현수막은 토끼띠팀 것이구먼”띠에 빗댄 각자의 별명과 팀이름이 유년시절 친구와 놀듯 우렁차게 오고 갔다. 일산호수마라톤클럽 회원들의 창립 20주년맞이 ‘한여름 9시간 달빛 달리기’ 모임 풍경이다.

이날 달빛 달리기 행사 참가자는 200여 명. 대부분이 40∼60대지만, 70대도 눈에 띄었다. 행사에 참여한 클럽 최고령 회원인 이석재(79) 씨는 마라톤의 장점을 ‘건강’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했다.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도 건강입니다. 마라톤 하면 건강해져요.”

이 씨는 수십 년의 직장 생활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고혈압을 진단받고 1994년 마라톤을 시작했다. 20년 넘게 1주일에 4일 이상 1시간씩 달린 지금, 이 씨는 최고혈압 135㎜Hg에 최저혈압 65㎜Hg로 어느 젊은이 못지않은 ‘정상’이다.

팔십을 코앞에 둔 나이에도 42.195㎞ 풀코스 마라톤을 뛰다 보니 동년배에서는 그의 ‘체력’을 이겨낼 자가 없다. 친구들은 그런 이 씨를 ‘괴물 체력’이라고 부른다.

“자기네들은 지팡이 짚고 다니는데 저는 뛰어다니거든요. 그러니 신기한 거죠. 제 나이 되면 어떤지 아세요. 죽은 친구들도 많고, 지팡이 없으면 걸음도 못 걷는 놈들도 많죠.” 잔병치레조차 없으니 아내도 좋아한다. “이 나이 먹고 감기도 안 앓아요. 아예 병원 근처조차 안 가니까 우리 ‘여사’(아내)가 수발들 일이 없죠.”

달리기는 산소를 이용해 신체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이다. 달리기하면 심장 좌심실이 커지는데, 이때 발달하는 심장 근육이 강한 수축력을 일으켜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 신체 기능을 향상시킨다.

그렇다 보니 심장 근육 발달과 심폐지구력 향상에도 좋고 에너지 소비가 많아져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니 체중도 감량된다. 또 적정한 자극을 통해 뼈와 근육이 단련되는데 주로 척추를 반듯하게 잡아 주는 척주기립근과 복직근 등 허리 주변 근육이 좋아진다. 걸핏하면 묵직하게 아파 오는 중장년의 허리 통증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인 운동인 셈이다.

무엇보다 기분이 좋아지고 활기가 도는 건 달리기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큰 선물이다. 달리기하면 몸에서 베타 엔도르핀이라는 신경물질이 많이 분비된다. 베타 엔도르핀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기능이 있다. 그래서 달리기를 30분 정도 지속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계속 달리고 싶어진다. 이러한 상태를 일컬어 ‘러닝 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마라톤의 효과를 본 것은 이 씨뿐만이 아니다. 박경수(62) 씨는 2002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판정을 받고 난 이후부터 마라톤을 시작한 덕분에 89㎏이나 나가던 몸무게를 현재 70㎏대까지 감량해서 유지 중이다.

18년 차 마라토너 한승기(54) 씨도 103㎏까지 나가던 몸무게를 10㎏ 가까이 줄이는 데 성공했다.

풀코스 100회 완주, 100㎞ 울트라마라톤 10회 완주 기록을 보유한 ‘울트라 체력’ 신미숙(여·60) 씨는 대표적인 마라톤 예찬론자다.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골골 체력’의 대명사였던 탓이다.

“원래는 육아도 버거워 집에서 누워 있는 날이 많았어요. 걸어 다니는 인간 병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중병을 앓은 것도 아니었는데 약한 몸을 타고났거든요. 어느 정도냐면 신혼 초 빌라 5층에 살았는데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벅찼어요. 집에 도착하면 헉헉거리면서 한참을 누워 있었다니까요. 당연히 삶의 질도 떨어지고 우울감이 많았죠.”

그런 신 씨는 마라톤을 시작한 뒤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딱 1년 뛰니까 몸이 달라졌어요. 아픈 데가 없어졌죠. 몸이 바뀌니까 할 수 있는 일이 늘고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그 뒤론 인생 전체가 바뀌었어요. 그 전의 삶과 완전히 달라요. 제가 이렇게 긍정적이고 활기찬 사람이었나 싶어요.” 그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담당 의사가 ‘비결’이 뭐냐고 물을 정도로 강철 체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께 20년 달리기가 제 건강비결이라고 귀띔해 드렸죠.”

그는 이날도 60㎞를 거뜬히 완주했고, 오는 25일 강화도에서 열리는 ‘제12회 갑비고차 울트라마라톤’에도 도전한다. 마라톤의 장점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함께 뛰는 이들은 이제 신 씨에겐 ‘동료’를 넘어 ‘동지’이기도 하다.

“같이 땀을 흘리는 동질감은 말로 다 표현을 못 해요. 네가 기쁘면 내가 기쁘고, 네가 힘들면 나도 힘든 거죠. 저도 100㎞ 울트라마라톤까지 뛰어봤기 때문에 뛴 사람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고 박수 쳐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자연스럽게 서로 존경하고 존중하는 대화가 오가죠.”

그렇다 보니 마라톤으로 ‘결혼의 연’을 맺은 커플도 있다. 양동인(57) 씨와 오영주(여·55) 씨는 클럽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양 씨는 서브스리(Sub Three·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 200회 완주를 앞두고 있고, 오 씨는 2016년 문화일보 마라톤 여성 풀코스 1위 경력이 있는 ‘실력파 부부’다. 실제로 매일 오전 4시 50분 나란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15㎞ 정도를 뛰며 하루를 시작한다.

마라톤 애호가들은 힘주어 말한다.

“지금 당장 나가서 달려보세요. 추우나 더우나 바람이 부나 신발만 있으면 뛸 수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겁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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