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고령 사망… 대부분 조카·친척 상봉

인터뷰 27명중 8명만 직계상봉
남북연락사무소 이달말 문열듯

“북에 있는 남동생이 지난해 9월 86세로 죽었다고 합니다. 이 얘길 듣고 속상해서 며칠 동안 밥을 먹지 못했어요.”

함경북도 김책시가 고향인 이춘애(여·91) 씨는 오는 20일 금강산에서 북한에 살고 있는 조카딸, 조카며느리와의 상봉을 앞두고 있다. 6·25전쟁 때 2개월 정도의 피란살이를 생각하고 고향을 떠난 뒤 영영 친정 식구들을 만나지 못한 이 씨는 두 살 터울인 남동생과의 만남을 희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는 90세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오는 20∼22일 진행되는 1차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중 사전 인터뷰에 응한 27명의 사연을 살펴보면, 8명만이 자식·형제 등 직계 가족과 상봉한다. 나머지는 이 씨의 경우처럼 직계 가족이 이미 세상을 떠나 조카, 직계가족의 배우자, 친·인척 등을 만나게 된다.

평안남도 순천군 출신인 조성연(85) 씨 역시 북에 있는 남동생, 여동생과의 만남을 바랐다. 하지만 살아 있다면 82세였을 남동생은 수년 전에, 79세였을 여동생은 지난해 사망했다. 조 씨는 “이번 상봉에서 남동생의 부인(81)과 여동생의 남편(88), 조카(46) 등 3명을 만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산가족 상봉 규모를 늘리기 위한 조치로 향후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중 포기자가 나올 경우 다른 신청자에게 추가 기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남북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 규모를 남북 각각 100명씩 총 200명으로 합의했지만, 상봉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남측 대상자는 89명까지 줄어든 상태다. 한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8월 마지막 주쯤 개소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취재단·김영주·김병채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