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대 의대 “등록금 무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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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등록금 6200만원 수준
학자금 대출 부담 덜어주려
성적·재정 관계없이 전원에
10년전부터 기금 모아 단행

미국 뉴욕대 의대가 졸업 후 수억 원의 빚더미에 오르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등록금 전액을 무료화하는 파격 조치에 나섰다. 미국의 주요 사립 의대로서는 처음으로 고가의 등록금에 허리가 휘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학부모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6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뉴욕대는 성적·재정 여건과 관계없이 학생 전원의 등록금을 이번 가을 학기부터 무료화한다고 이날 밝혔다. 로버트 그로스먼 의대 학장은 “미래의 의사들이 학자금 대출 부담 때문에 전공 선택에서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의대생들의 과도한 빚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에서 결정됐다”고 말했다.

뉴욕대 의대의 연간 등록금은 5만5000달러(약 6200만 원) 수준. 올해 가을 학기에 입학하는 102명을 포함해 모두 442명이 지원 대상이다. 기숙사비와 기타 비용 2만7000달러는 제외된다. 뉴욕대는 하버드대·존스홉킨스대 등과 함께 ‘의대 빅 3’로 불린다.

뉴욕대 의대는 ‘등록금 무료화’를 위해 모두 6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무료화 정책을 위해 10년 전부터 기금을 모아 최근까지 4억5000만 달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용 건축자재 판매회사 홈디포의 설립자인 케네스 랭곤이 1억 달러를 냈으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도 후원자로 나섰다. 대학 측은 앞으로 후원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의과대학협회(AAMC)에 따르면 지난해 의대 졸업생의 62%가 평균 19만1000달러의 학자금 대출 부담을 지고 있을 정도로 과도한 등록금 부담은 미국 내에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수년 전 UCLA 의대가 1억 달러 기금을 조성해 20% 학생에게 등록금과 서적 구입비 등을 제공해 화제가 됐을 정도였다. 미국 언론들은 뉴욕대 의대의 정책이 다른 대학으로 파급될지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대 졸업생이 과도한 부채를 안게 되면 고소득을 지향하는 분야로만 인재가 쏠리게 되고 자연히 임금이 낮은 소아과와 연구직 지원자는 줄게 된다”며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