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향수병에… 마약에 쉽게 빠지는 탈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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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代 필로폰 흡입 징역형

범죄유형 마약사범이 최다
상반기 53명… 5년새 4배 급증

탈북자 A(41) 씨는 지난해 8월 경기 부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으로 산 필로폰 0.3g을 흡입했다. 약에 취한 A 씨는 길거리에서 홀로 걷던 여성을 발견하고 쓰러뜨려 바지와 상의를 벗기는 등 강제로 추행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격렬하게 저항하며 몸싸움을 벌인 끝에 허리와 등이 바닥에 눌리고 쓸리면서 전치 2주에 해당하는 상해를 입었다. 심지어 A 씨는 필로폰 관련 범행을 3회 저질러 처벌받은 전력을 갖고 있었다.

서울고법 형사 11부(부장 이영진)는 강제추행치상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A 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탈북자들의 마약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선을 넘어 대한민국에 왔지만 이미 북한 사회에서 마약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보니 한국에 와서도 손쉽게 마약에 빠지는 이들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탈북자의 마약범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북한이탈주민 수감자 현황’에 따르면 마약류 관련 수감자는 2013년 12명(13.6%), 2014년 17명(17.7%), 2015년 28명(24.7%), 2016년 49명(36.3%), 2017년 54명(37.5%)으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에는 상반기(1~6월)에 벌써 53명(35.1%)에 다다라 지난해 전체(54명)에 육박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마약사범이 가장 많고 이어 폭력, 사기·횡령, 살인, 절도, 강도 등의 순이었다.

이에 대해 마약 범죄 전문가인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는 “북한 사회는 진통제 대신 필로폰을 쓰고 마당에서 아편을 기르는 등 누구라도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그렇다 보니 탈북자들은 생활고와 향수병에 빠지면 북한에 있는 인맥을 활용해 마약을 밀반입하는 등 손쉽게 마약 범죄의 구렁텅이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탈북자 마약 재판을 맡은 경력이 있는 한 판사는 “특히 마약 밀수 범죄는 마약을 확산하는 결과를 불러오는 등 범죄가 연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 단순 투약보다 죄질이 매우 무겁고 양형도 높다”고 지적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