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규제개혁 실태 파악도 못한 文정부

3367건 대 1450건.

박근혜 정부 규제개혁 건수에 대해 문화일보와 국무조정실이 각각 제시한 수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규제 개혁 건수가 전 정부의 연평균 규제 개혁 건수의 절반에 못 미친다고 보도(문화일보 8월 13일 자 1·3면 참조)하자, 국무조정실이 “수치 등이 틀렸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 정부의 규제개혁 실적을 절반 이상 깎아내린 해명 자료를 냈다. 근거로 제시한 자료는 규제정보포털 내 ‘지난 정부 규제혁신’이다. 반면 본지가 분석한 근거는 규제정보포털 내 ‘규제혁신톡’이란 코너에서 연도별로 집계한 규제 개혁 건수다.

물론 서로 근거로 삼은 원자료가 달랐으니 분석 결과가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의 대응 태도를 보면 ‘과연 사실에 입각해 해명하는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국무조정실은 최초 구두 해명에서는 전 정부 규제개혁 건수가 2000여 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뒤이은 설명자료에서는 1450건으로 다시 바뀌었다. 이마저도 살펴보면 국회 심의 중이거나 진행 중인 사안이 120여 건 포함됐다. 규제 개혁이 미처 완료되지 않은 사안들도 집계된 것이다. 결국, 정확한 숫자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분석 대상도 의문이다. 본지가 분석한 ‘규제혁신톡’에는 각 부처와 산하기관들이 단행한 규제개혁 3700건이 총망라돼 있다. 통계나 조사 결과에서는 모수(母數)가 많을수록 대표성과 정확도는 높아진다. 반면 국무조정실이 근거로 삼은 ‘지난 정부 규제 혁신’에는 경제단체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관련 건의사항 등 1450건이 주로 정리돼 있다. 그나마 시기도 2014년에 쏠려있고 2015년과 2016년 사안은 드문드문 올라가 있다. 전체 통계 정확도에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국무조정실이 ‘재구성’한 자료로 따져봐도 현 정부 첫해 규제 개혁은 242건으로, 전 정부 연평균 건수인 345건보다 103건 적다. 모수를 줄인 설명자료에서도 결국 현 정부 첫해 규제 혁파 실적이 전 정부 평균치에 못 미친다는 본지 보도의 ‘진실’을 뒤집지는 못한다. 국무조정실은 제대로 된 ‘팩트’를 알려주지 않다가 정부가 규제 혁파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취지로 수치를 분석한 기사가 나가자, 급조한 숫자로 면피하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에 대해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낡은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아 고용시장이 쑥대밭이 된 요즘이다. 정확한 사실과 현실 인식이 밑받침돼야 규제 개혁 정책이 바로 설 수 있고, 시장에 맞는 해법도 나올 수 있다.

권도경 경제산업부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