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8년만에 ‘구제금융’ 졸업

‘PIGS 금융위기’ 는 일단락
터키發 신흥국 위기 커질듯

그리스가 20일 8년 만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 구제금융 트로이카 체제에서 벗어나면서 유럽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의 금융위기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미국과 외교 갈등을 빚는 터키의 리라화 가치가 연일 폭락하고 아르헨티나 등이 새로 IMF 구제금융을 받는 등 신흥국발 금융위기는 현재진행형인 탓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 가디언 등에 따르면 2010년 이후 IMF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 국제채권단 트로이카에서 구제금융을 받아온 그리스가 이날 경제 신탁통치 체제에서 공식 졸업했다. 유로화 사용 19개국으로 이뤄진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유로그룹은 지난 6월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을 종료하는 데 최종 합의한 바 있다. FT는 “그리스 정부는 이것(구제금융 졸업)이 단지 (향후 그리스 경제의) 이정표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다. 아직 투자 유치 등 이뤄야 할 목표가 산적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리스가 8년 넘게 이어진 구제금융에서 졸업하며 2010년을 전후해 유럽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했던 남유럽 PIGS 금융위기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터키를 비롯한 신흥국발 금융위기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올 들어 40% 폭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지난 17일 터키 국가신용등급을 각각 BB-에서 B+, Ba2에서 Ba3로 한 단계씩 낮췄다. S&P는 성명에서 리라화가 급락함에 따라 터키 경상적자가 확대되고,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흥국 환율 및 금융시장 불안은 터키와 미국 간 외교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터키는 카타르중앙은행과 3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는 등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미국과 외교 마찰을 빚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터키 리스크에 대한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