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阿 북한’의 脫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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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아프리카 북동부에 위치한 인구 600만의 소국 에리트레아는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린다. 국가의 고립주의적 노선이나 지도자의 1인 독재 행태가 북한과 유사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홍해에 접해 있는 에리트레아는 남쪽으로 에티오피아, 북서쪽으로 수단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에리트레아는 1889년 이탈리아령이었으나 1947년 에티오피아에 편입됐다가 1993년에야 독립했다. 이후 두 나라는 국경선 분쟁으로 7만 명의 희생자를 낸 뒤에야 2000년 유엔 중재로 겨우 평화협정에 합의했는데, 그 협정 이행이 지난 7월 8일부터 시작됐다.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양국 지도자가 평화협정에 서명하며 화해의 여정을 시작한 것을 일컬어 “마치 남북한이 최근 정상회담과 민간 교류를 통해 우호 관계를 이뤄내고 있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평했다.

에리트레아가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게 된 것은 양국의 행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1993년 독립 영웅인 이사이아스 아프웨르키(72)는 북한 김일성식(式) 고립 노선을 견지하면서 1인 철권통치를 해왔다. 명목적으로는 민주정의인민전선이 지배정당이지만, 2002년 이래 의회는 소집되지 않았고, 총선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아프웨르키는 1993년 독립 후 ‘국가건설에 대한 헌신’을 내세우며 전국민 징집제를 실시했는데, 명목상 18개월로 규정된 징집기간을 무한 연장시켜 국민 수십만 명을 강제노동으로 내몰아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호주의 워크프리재단이 최근 발표한 ‘2018 세계 노예지수’에서 에리트레아를 북한 다음으로 악명 높은 노예국가로 꼽은 것은 전국민 징집제 때문이다. 에리트레아에는 국영언론밖에 없어 글로벌 언론자유지수에서도 북한 다음으로 순위가 낮은 국가로 꼽히고 있다. 탈출자들을 국경에서 즉결 총살하는 행태도 북한과 유사하다.

그러나 아프웨르키는 에티오피아에 이어 소말리아와도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며 대외관계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통신에 이어 항공 노선도 재개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에게만 예외를 인정했던 전국민 무한 징집제도 18개월로 되돌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에리트레아마저도 ‘이젠 평화시대’라며 국내외에 개혁의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이 그만큼이라도 변화의 길로 접어들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