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자리 예산 42兆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國會 보고서

문재인 정부 들어 편성된 ‘일자리 예산’이 무려 54조(兆) 원에 달한다. 지난해와 올해 본예산에 36조 원,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14조8000억 원, 올해 일자리 안정자금 3조 원 등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9 대선 전에 후보로서 일자리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4대강에 쏟아부은 예산 22조 원은 연봉 2200만 원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라고 했다. 그런 논리라면 54조는 5400만 원 연봉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었어야 하는 돈이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여서, 고용 재난으로 나타나고 있다.

‘4대강 예산의 두 배를 1년 새 투입했는데, 도대체 그 돈이 어디로 갔느냐’며 국민이 의구심을 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답의 일부가 20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일자리정책 재정사업 분석’ 보고서에 나와 있다. 보고서는 54조 원 가운데 이미 집행된 42조 원의 사용처를 주로 추적했다. 그 결과 일자리 질 개선, 인프라 구축 등 일자리 ‘창출’보다는 있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보조’ 예산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어린이집 지원, 항공 전문인력 양성 등 복지·교육 예산으로 봐야 할 것들도 수두룩했다.

정작 일자리 창출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위축됐다고 한다. 일자리 5대 분야 중 ‘민간 일자리 창출’ 부문은 유일하게 마이너스 증가율(-4.4%)을 기록했고, 그 가운데 ‘혁신형 창업 촉진’ 예산은 무려 25.6%나 줄었다. 민간이 만드는 일자리가 진짜 일자리이고, 그런 일자리가 가장 큰 복지다. 이를 직시하지 않으면 아무리 예산을 퍼부어도 헛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