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 Story >“사극에 최적화된 풍모 갖게 해준 분… 촬영 끝나도 수염·한복 못벗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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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눈물’ 故 김재형 감독과 인연

“저를 사극의 풍모에 어울리게 만들어준 분이 김재형 감독입니다.”

배우 유동근이 자신의 대표작인 KBS 1TV 대하 드라마 ‘용의 눈물’(1996·사진)의 연출자인 고 김재형(1936∼2011) 감독을 처음 만난 건 공채로 입사한 TBC 로비에서다. 유동근은 “방송국에 들어가자마자 로비에서 누가 나를 부르더라. 달려가 인사했더니 다짜고짜 ‘너 누구냐’라고 물으시더라”며 “‘23기 유동근입니다’라고 답했더니 ‘나는 국장이다’라고 하시며 콜라 한 병 사오라고 해서 얼른 뛰어가 사왔는데 그게 흔들려서 병을 따며 김 감독님 양복에 다 쏟았다”고 김 감독과의 첫 만남을 소개했다.

김 감독은 1962년 KBS 개국요원으로 참가해 한국 최초의 사극 ‘국토만리’를 연출하고 1964년 설립된 TBC로 자리를 옮겼다. 1980년 정부의 언론 통폐합정책으로 TBC가 KBS에 통합되자 김 감독과 유동근은 함께 KBS로 갔다. 유동근과 김 감독과의 인연은 유동근의 첫 사극 주연작 ‘이화’(1987)로 이어졌다. 유동근은 “다른 분이 연출을 맡으셨는데 연습실에 갔더니 김 감독님이 앉아계시더라”며 “‘네가 주인공이냐’라고 물으시며 ‘네깟놈이 무슨 주인공을 해. 저기 앉아봐’라고 나를 옆에 앉힌 후 그 뒤로 놔주질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으로 데려가 ‘조선왕조실록’을 던져줘서 읽는 척하다가 잠깐 눈을 떼면 계속 읽으라고 호통을 쳤다”며 “또 돌아가신 김종학 PD가 MBC로 오라고 해서 김 감독님께 ‘저 갑니다’ 했다가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가긴 어딜 가’라는 말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촬영이 끝나도 수염을 떼지 못하게 했고, 바지저고리를 입은 채 자라고도 했다”며 “당시에는 ‘이분이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럴까’ 생각하며 짜증이 났지만 나중에 사극은 수염과 옷이 자기 것처럼 어울려야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시킨 걸 알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애인’이 끝나갈 무렵 김 감독이 촬영장으로 유동근을 찾아와 ‘용의 눈물’ 출연을 제안했다. 유동근은 “다시 얼굴에 니스 바르고 수염을 붙이고 싶지 않아서 도망 다녔는데 다섯 번이나 찾아오셨다”며 “‘자식아 까불지 말고 옆에 있어’라고 하셔서 출연하게 됐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감사하다”고 회상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