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인구 2만 팔라우 vs 14억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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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예년 같으면 관광객으로 북적일 남태평양 팔라우가 한산하다. 중심도시 코로르의 호텔과 식당은 텅 비어 있고, 많은 관광 유람선이 부두에 그냥 정박해 있다. 중국이 지난해 11월 팔라우를 ‘불법 관광지’로 지정하면서, 유커(遊客·중국 관광객)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팔라우의 외국 관광객 수는 12만2000명이었는데, 그중 5만5000명이 유커였다. 중국은 팔라우가 대만과의 단교 요구를 거부하자, 이 같은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이다. 중국 자본이 건설하던 60여 개 호텔 공사도 중단됐다.

팔라우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토미 레밍게사우 팔라우 대통령은 “중국의 투자와 관광은 환영하나, 우리 정부의 원칙과 민주적 이상은 대만과 더 가깝다”고 맞서고 있다. 일부 유커의 ‘꼴불견 관광’에 대한 반발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인의 불법 수영으로 해파리 개체 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지난해 대표적 관광지인 ‘해파리 호수’를 폐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팔라우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분석도 많다.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면적 459㎢, 인구 2만의 소국 팔라우는 ‘신들의 정원’이라 불릴 정도로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 팔라우 역사는 남태평양 지역 강대국 패권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팔라우는 1574년 스페인령 동인도에 포함됐다가, 미국-스페인 전쟁의 결과로 1899년 독일에 팔려 독일령 뉴기니에 속하게 된다. 그러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편이던 일본군에 의해 점령돼 사이판 등과 함께 일본의 위임통치령인 남양군도의 일부가 됐다. 1930년대에는 팔라우 원주민보다 일본인이 더 많이 거주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팔라우어(語)엔 일본어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신탁통치령이 됐다가 1994년에 독립했다. 그런데 이젠 중국의 입김이 불어오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사드 보복’을 당한 입장에서 팔라우에 동병상련을 느낀다. 국제정치는 냉혹하다. 팔라우가 믿는 것은 1993년 미국과의 자유연합협정이다. 50년간 팔라우 안보를 미국이 책임져 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어쨌든 아직 휴가를 가지 않은 사람들은 팔라우를 고려할 만한 것 같다. 예약도 쉽고, 국제화가 덜 된 일부 중국 단체 관광객의 무례함에 눈살을 찌푸릴 이유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