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시아의 에너지, 印尼에서 한반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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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올해 아시아의 최대 스포츠 축제인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지난 18일 인도네시아(印尼·인니) 수도 자카르타의 붕카르노 주경기장에서 막을 올렸다. 인도네시아는 ‘적도에 걸린 에메랄드’라는 별칭답게 개회식 행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다양한 공연을 보여줬다. 또한, 1962년 같은 스타디움에서 개최됐던 제4회 아시안게임의 흑백 영상이 전광판에 상영될 때는 인도네시아의 발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슬로건은 ‘아시아의 에너지(Energy of Asia)’이다. 인도네시아가 2억6000만 인구의 절반이 30대 이하인 역동적인 국가이자 석탄, 주석, 니켈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자원 부국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캐치 프레이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아세안(ASEAN) 사무국이 있는 동남아시아 외교의 핵심국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방문한 아세안 국가도 인도네시아다. 지난해 11월 국빈방문을 통해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킴으로써 아세안 등과의 관계 강화를 위한 ‘신(新)남방정책’의 첫걸음을 인도네시아에서 내디뎠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제 협력은 이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공동 대응 차원으로까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아시안게임 경기를 경기장에 가지 않더라도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VR) 5G 체험관이 우리 기업의 기술 지원으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인근에 설치돼 그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시안게임 개회식 참석을 위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이번 자카르타 방문 역시 한·인도네시아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 총리는 만 이틀의 짧은 방문 기간에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4차례나 만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면서 인프라·교역·투자 등 실질 분야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또, 이 총리와 조코위 대통령이 함께 응원한 태권도 품새 종목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나란히 첫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이 총리와 조코위 대통령이 자국 선수들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뿌듯한 장면 역시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명쾌하게 보여주었다.

조코위 대통령은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오토바이를 타고 깜짝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남녀북남(南女北男) 기수가 커다란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 입장한 남북 선수단 역시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조코위 대통령은 이 총리와 북한의 리룡남 부총리를 개회식 직전에 따로 만나, 남북관계 증진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표시했다. 이 총리와 리 부총리도 남북 선수단을 뜨겁게 환영했다. 여자농구 단일팀이 인도와의 시합에서 대승을 거뒀을 땐 감동의 물결을 이뤘다.

지난 2월 평창에서 시작된 남북 체육 교류가 물꼬를 터 4월과 5월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다음 달에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회담이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남북 간에 여러 현안이 있고, 많은 문제를 놓고 미국·중국 등 강대국들 사이에 입장 차이도 있다. 그러나 전략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고, 또 만들어 갈 것이다.

다시 한번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슬로건 ‘아시아의 에너지’를 생각한다. 이 총리의 이번 방문을 수행하면서 실감했던 역동적 에너지가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까지 뻗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도 한국 선수단 파이팅! 남북 단일팀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