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재판관에도 靑 출신 지명, 사법독립 逆走行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음 달 퇴임하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등 2명의 헌법재판관 후임 중 한 사람으로 21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인 이석태 변호사를 지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된 ‘사법권력의 코드화’ 경향을 볼 때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긴 하다.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사례들보다 더 부적절해 보인다.

우선, 선명한 코드 인사다. 이 변호사의 능력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평가를 내릴 것이다. 그는 참여연대 공동대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또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와 농성을 주도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에도 나서는 등 ‘거리의 변호사’로 불릴 정도였다. 균형 잡힌 보편적 법조인이라기보다는 진보 시민운동가에 가깝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대한 최종적인 해석 기관이다. 구성의 다양성이 필요하지만 이 변호사의 편향과 경력은 그 범위를 넘어선다.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2004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당시 직속 상관은 문 대통령이었다. 같은 민변 회장 출신의 김선수 대법관도 사법개혁비서관 출신이다. 이런 인사들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포진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 아닌 김 대법원장이 이 변호사를 지명했으나, 문 대통령과 김 대법원장의 관계 및 김 대법원장 취임 과정을 볼 때 행정부와 사법부의 엄정한 균형과 견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직 검사와 판사들도 정치 중립 등을 이유로 청와대 비서관으로 임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로 퇴직한 뒤 1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대통령비서실 직위 임용이 금지됐다. 그 취지는 청와대라는 권력의 중추에서 일했던 사람은 사법부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묵묵히 사법부 독립을 지키는 수많은 판사에 대한 모욕도 된다. 사법부 최고위직까지 코드·정실(情實)인사 의심을 자초하고 사법독립에 역주행(逆走行)해서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