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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23일(木)
기계적으로 춤추지만 인간적으로 다가오는…‘마음의 탑’을 쌓는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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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자신을 사랑하라

1960∼1970년대 쇼 진행자들은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이라는 소개말을 즐겨 썼다. 재미 삼아 했으니 시비 거는 이도 없었다. 대중가수의 인기에 대한 정량평가는 신청곡 엽서와 방송 횟수, 음반 판매량이 전부였다. 1980∼1990년대 음악시장에서는 ‘백라일티’라는 말이 유행했다. 백번 라디오 나가는 것보다 한 번 TV에 얼굴을 비치는 게 낫다는 뜻이었다. 미국 MTV의 개국(1981년)을 알린 첫 뮤직비디오가 영국 팝그룹 버글스의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 the radio star)였던 사실과도 무관치 않다.

‘VJ특공대’가 등장했을 때(2000년 5월) “만 명의 PD들이 경쟁하는 세상이 온다”고 흥분한 건 짧은 해프닝이었다. ‘세상은 yo∼! 빨리 돌아가고 있다/ 시간은 그대를 위해 멈추어 기다리지 않는다’(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 중·1992년). 지금은 VR가 영상녹화기(Video Recorder)가 아닌 가상현실(Virtual Reality)로 변신했고 초등학생 ‘장래희망’란에 ‘유튜버’가 등장한다 해도 새삼스럽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꽃을 찍어서 올리면 지구 전체가 꽃밭이 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는’데 아직도 ‘그대는 방 한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는가(‘환상 속의 그대’ 중).

인기의 지표도 국제화, 세분화됐다. 빌보드 순위와 함께 뮤직비디오 조회 수, 소셜미디어에 나타난 팬덤의 크기로 실력이 판가름 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춤추던 무대에는 지금 7명의 소년이 버티고 있다. 그들의 이름은 방탄소년단(BTS·사진)이다. 이들은 25일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국내외 약 80만 명의 팬들과 만나는 월드 투어 대장정에 돌입한다. 미국 뉴욕 시티필드(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홈구장)에서 단독콘서트를 연다니 동남아도 언감생심이던 시절에 비춰 보면 격세지감이다.

대중문화격전지에서 BTS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서태지와 동갑내기인 프로듀서 방시혁은 될성부른 나무를 떡잎부터 알아봤다. 기본에 충실하고 시대를 잘 읽었다. 앨범과 공연을 관통하는 주제인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는 소크라테스의 명언 ‘너 자신을 알라’, 유튜브의 슬로건 ‘너 자신을 펼쳐라’(Broadcast yourself)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가 아니라 ‘깨닫고 전파하고 사랑하라’인 셈이다. 각자의 장점을 버무리기까지 3년. 다른 아이돌에 비하면 긴 기간이 아닌데 이렇듯 놀라운 성취를 이룬 건 사업마인드와 교육철학이 균형을 잡은 덕분이다. 권위는 위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안목과 배려에서 나온다. 방시혁은 소년들의 재능을 인정했고 개성을 존중했다. 속 안에 든 뜨거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불판을 깔아주었다. ‘니 멋대로 살어/ 어차피 니 꺼야/ 애쓰지 좀 말어/ 져도 괜찮아’(‘불타오르네’ 중).

음악동네의 10대 유권자들은 대체로 고단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를 가진 이들이다. ‘나도 내가 누구였는지도 잘 모르게 됐어/ 거울에다 지껄여봐/ 너는 대체 누구니’(‘페이크 러브’ 중). ‘만인의 만인을 향한 구애’ 시대에 ‘난 너희와 다르지 않아’라고 웃으며 다가오는 BTS를 팬들(아미)은 갑옷으로 감싸 안았다.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흔들긴 하지만 인간의 본성까지 바꾸진 못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마주 앉은 모습을 기억하는가. 그것은 문명과 문화, 기계와 인간의 대결구도였다. 알파고는 오로지 이기기 위해 만들어졌고 결국은 이겼지만 그가 안겨준 것은 공감이 아니라 공포였다. 오히려 자신을 낮추며 팬들을 위로한 ‘패자’ 이세돌이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결국 필요한 건 공작이 아니라 공존이다. 지속 가능한 것은 인기가 아니라 인간의 진심이다. BTS의 성공은 디지털시대의 기술(물질)과 아날로그시대의 가치(태도)가 융합한 데서 비롯된다. 그들은 기계적으로 춤추지만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흥겨운 음악은 몸을 움직이지만 진솔한 우애는 마음을 움직인다. ‘외로움이 가득히 피어있는 이 가든/ 가시투성이/ 이 모래성에 난 날 매었어’(‘전하지 못한 진심’ 중). 공든 탑은 기술이 쌓지만 정든 탑은 마음이 지킨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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