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0.17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방송·연예
[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23일(木)
기계적으로 춤추지만 인간적으로 다가오는…‘마음의 탑’을 쌓는 BTS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너 자신을 사랑하라

1960∼1970년대 쇼 진행자들은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이라는 소개말을 즐겨 썼다. 재미 삼아 했으니 시비 거는 이도 없었다. 대중가수의 인기에 대한 정량평가는 신청곡 엽서와 방송 횟수, 음반 판매량이 전부였다. 1980∼1990년대 음악시장에서는 ‘백라일티’라는 말이 유행했다. 백번 라디오 나가는 것보다 한 번 TV에 얼굴을 비치는 게 낫다는 뜻이었다. 미국 MTV의 개국(1981년)을 알린 첫 뮤직비디오가 영국 팝그룹 버글스의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 the radio star)였던 사실과도 무관치 않다.

‘VJ특공대’가 등장했을 때(2000년 5월) “만 명의 PD들이 경쟁하는 세상이 온다”고 흥분한 건 짧은 해프닝이었다. ‘세상은 yo∼! 빨리 돌아가고 있다/ 시간은 그대를 위해 멈추어 기다리지 않는다’(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 중·1992년). 지금은 VR가 영상녹화기(Video Recorder)가 아닌 가상현실(Virtual Reality)로 변신했고 초등학생 ‘장래희망’란에 ‘유튜버’가 등장한다 해도 새삼스럽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꽃을 찍어서 올리면 지구 전체가 꽃밭이 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는’데 아직도 ‘그대는 방 한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는가(‘환상 속의 그대’ 중).

인기의 지표도 국제화, 세분화됐다. 빌보드 순위와 함께 뮤직비디오 조회 수, 소셜미디어에 나타난 팬덤의 크기로 실력이 판가름 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춤추던 무대에는 지금 7명의 소년이 버티고 있다. 그들의 이름은 방탄소년단(BTS·사진)이다. 이들은 25일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국내외 약 80만 명의 팬들과 만나는 월드 투어 대장정에 돌입한다. 미국 뉴욕 시티필드(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홈구장)에서 단독콘서트를 연다니 동남아도 언감생심이던 시절에 비춰 보면 격세지감이다.

대중문화격전지에서 BTS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서태지와 동갑내기인 프로듀서 방시혁은 될성부른 나무를 떡잎부터 알아봤다. 기본에 충실하고 시대를 잘 읽었다. 앨범과 공연을 관통하는 주제인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는 소크라테스의 명언 ‘너 자신을 알라’, 유튜브의 슬로건 ‘너 자신을 펼쳐라’(Broadcast yourself)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가 아니라 ‘깨닫고 전파하고 사랑하라’인 셈이다. 각자의 장점을 버무리기까지 3년. 다른 아이돌에 비하면 긴 기간이 아닌데 이렇듯 놀라운 성취를 이룬 건 사업마인드와 교육철학이 균형을 잡은 덕분이다. 권위는 위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안목과 배려에서 나온다. 방시혁은 소년들의 재능을 인정했고 개성을 존중했다. 속 안에 든 뜨거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불판을 깔아주었다. ‘니 멋대로 살어/ 어차피 니 꺼야/ 애쓰지 좀 말어/ 져도 괜찮아’(‘불타오르네’ 중).

음악동네의 10대 유권자들은 대체로 고단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를 가진 이들이다. ‘나도 내가 누구였는지도 잘 모르게 됐어/ 거울에다 지껄여봐/ 너는 대체 누구니’(‘페이크 러브’ 중). ‘만인의 만인을 향한 구애’ 시대에 ‘난 너희와 다르지 않아’라고 웃으며 다가오는 BTS를 팬들(아미)은 갑옷으로 감싸 안았다.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흔들긴 하지만 인간의 본성까지 바꾸진 못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마주 앉은 모습을 기억하는가. 그것은 문명과 문화, 기계와 인간의 대결구도였다. 알파고는 오로지 이기기 위해 만들어졌고 결국은 이겼지만 그가 안겨준 것은 공감이 아니라 공포였다. 오히려 자신을 낮추며 팬들을 위로한 ‘패자’ 이세돌이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결국 필요한 건 공작이 아니라 공존이다. 지속 가능한 것은 인기가 아니라 인간의 진심이다. BTS의 성공은 디지털시대의 기술(물질)과 아날로그시대의 가치(태도)가 융합한 데서 비롯된다. 그들은 기계적으로 춤추지만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흥겨운 음악은 몸을 움직이지만 진솔한 우애는 마음을 움직인다. ‘외로움이 가득히 피어있는 이 가든/ 가시투성이/ 이 모래성에 난 날 매었어’(‘전하지 못한 진심’ 중). 공든 탑은 기술이 쌓지만 정든 탑은 마음이 지킨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 많이 본 기사 ]
▶ ‘文정부 적폐청산 경질 1호’ 박승춘 “이념 다르다고 정치보..
▶ 잠자던 의붓딸 수차례 성폭행 ‘인면수심’ 50대
▶ ‘미코’ 출신 양정아, 결혼 5년만에 파경
▶ 변희재 “내가 나가야 손석희 2차 피해 줄어” 석방 요구
▶ ‘13명 죽인 호랑이’ 사살 명령… 동물보호단체 반발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재임 때도 30여회 조사·감사비위 단 1건이라도 있었다면6년 3개월간 재직 가능했겠나신명 다 바친 퇴직 공무원에게국가권력이 망신주기..
ㄴ 나라사랑교육 신설 ‘미운털’ 원인 된 듯
ㄴ 野 “보훈처 조사委 법적인 근거 없다”
잠자던 의붓딸 수차례 성폭행 ‘인면수심’ 50대
아주대 의료진 “이재명 신체에 점이나 제거 흔적없..
문대통령 “보호주의 악순환 안돼” EU 철강 세이프..
line
special news ‘미코’ 출신 양정아, 결혼 5년만에 파경
배우 양정아(47)가 지난해 이혼했다.소속사 씨엘엔컴퍼니 측은 “양정아가 지난해 12월 이혼한 게 맞다”고..

line
‘13명 죽인 호랑이’ 사살 명령… 동물보호단체 반발
학대 의심만으로 마녀사냥…예비 신부 보육교사의..
[단독]외교부 문건서 ‘폼페이오 불만 표출’ 확인
photo_news
135일만의 판빙빙… 수척, 무표정, 관용차 이동
photo_news
‘디바’ 휘트니 목숨 지켜줄 보디가드 있었다면..
line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illust
살인·근친 테마 뒤엉킨 인물관계 속 ‘히스테리컬한 욕망’
[인터넷 유머]
mark명언 mark드골 대통령의 유머
topnew_title
number ‘뒷심 부족’ 벤투호, 두골 먼저 넣고도 아쉬운..
동덕여대 알몸男 “여대라서 갑자기 성적 욕..
샌즈 투런포+임병욱 쐐기 3루타…‘넥센, 대전..
4년간 661마리 폐사… 서울대공원 ‘동물 잔혹..
매트리스 속에 숨어 4년간 형 집행 피해…미..
hot_photo
한복 입고 국감장 나온 김수민 의..
hot_photo
BTS 베를린장벽 앞에 서다…팬들..
hot_photo
3억짜리 시계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