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편지 쓰기>왕따 위기에서 새 삶 열어줘 감사드려요

강원교육감賞 유채민

슈주샘 박은혁 선생님께. 선생님 저 채민이에요. 선생님과는 3학년 때 처음 만났지만, 저에게 선생님은 온갖 고초를 겪은 동화 속 주인공 앞에 ‘짜잔∼’하고 나타난 수호천사 같으셨어요. 제가 왕따를 당해서 죽을까, 학교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때는 넘겼지만, 여전히 저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 울면서 주먹 쥔 손으로 제 얼굴을 때리곤 하였어요. 슈퍼주니어 은혁과 이름이 똑같으신 선생님을 저희는 슈주샘이라고 부르며 따랐어요.

그해 늦봄, 교내 장기자랑 예선전 때 선생님은 반에서 2등을 한 저희 모둠에 한 번 더 기회를 주셨고, 장기자랑 왕중왕전에서 저희가 우승을 하고 학예회에 나갈 수 있었어요. 선생님은 제가 에이스라면서 조회대에서, 비 오는 날이면 강당에서 열심히 지도해주셨어요. 이렇게 제 마음의 문이 열리는 듯했지만, 저를 괴롭혔던 아이들과 마주칠 때마다 옛날 일들이 떠올랐어요. 6학년인 올해 그 아이들 가운데 한 아이랑 같은 반이 된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떡하지?’ 하면서 걱정하였어요. 예상한 일이 어김없이 저를 찾아왔고, 저는 전학 갈 마음으로 담임선생님과 상담하였어요. 선생님과 얘기를 나눈 뒤 마법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선생님네 반에서 키가 가장 크고 인기 있는 남자아이 서정이가 저에게 말을 걸어주고 늘 제 가까이 있어 주었어요. 알고 보니 선생님께서 서정이에게 “채민이한테 잘해줘라”고 하셨더라고요. 그렇게 서정이랑 친하게 지내고 선생님이 지도하시는 ‘인해피’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열심히 공부하였어요. 그랬더니 저를 따돌리려고 했던 우리 반 여자아이들이 하나둘 저에게 사과하였고 지금은 모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요.

선생님은 어두운 얼굴로 있는 저에게 오셔서 제가 나은 점들을 들면서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채민아, 너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보면서 살아라. 그래야 행복하다.” 선생님, 저는 위 말고 아래를 보면서 살겠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자신의 어둠 속에 갇혀 있는 그 누군가가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겠어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