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재은(왼쪽 세 번째) 고양초등학교 교장이 경기 고양시 약사회·덕양구 보건소의 도움을 받아 학부모들과 함께 학생들을 위한 ‘비만 예방 계단사업’을 시작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양초등학교 제공
언제나 꿈을 되새기는 기회 돼
나쁜 말 쓰는 학생을 발견하면
친구들이 “멈춰”외치는 교육도
저소득층 학생 위한‘사제동행’
학교·지역사회 함께 성장 도와
‘허그데이’ ‘아침맞이’ 등 통해
아이들 정서적 안정감 찾아줘
“우리 학교 아이들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 대신 ‘꿈을 이루겠습니다’라고 인사해요.”
경기 고양시 덕양구 혜음로 고양초등학교에는 학생들이 수년째 “꿈을 이루겠습니다”라고 인사한다. 그리곤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이 선생님께 “꿈을 이루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면 선생님들은 “네, 꿈을 이루세요”라고 답하는 풍경을 교실, 운동장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정재은 고양초 교장은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인사한다”며 “전임 교장 선생님이 도입한 교내 인사법인데 아이들이 인사할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내 꿈은 뭐지’라고 한 번씩 생각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점이 좋다고 생각해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학생들이 나쁜 말을 쓰거나 다툼이 발생했을 때 처음 발견한 친구가 “멈춰”라고 외치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 함께 “멈춰”라고 외치며 동참하길 유도하는 ‘멈춰’ 교육도 시행 중이다.
정 교장이 아이들의 꿈을 중시하는 이유는 뭘까. 그 역시 학창시절 스승의 큰 도움을 받아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저는 이미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꼭 초등학교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당시 한글도 모르고 두려운 마음속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엄하고 무서운 선생님이 대부분인 학교에서 늘 제 꿈을 물어봐 주시고 저를 칭찬하는 스승을 만났습니다. 덕분에 용기를 내 한글을 6개월 만에 배울 수 있었죠. 매일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다녔어요.”
정 교장은 소원대로 교육대학을 진학해 교단에 섰다. 본인이 그랬듯 아이들 역시 꿈을 이뤘으면 하는 마음에 누구보다 ‘꿈을 이루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반가워한다. 그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받을 때면 저 역시 학교생활이 즐거워진다”며 “단순히 학업 차원을 넘어 학생 하나하나의 꿈을 듣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고양초는 저소득층 학생 비율이 16%로 다른 학교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교육복지지원사업 연계학교로 ‘사제동행’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학급 담임 교사가 아이들의 학교 적응력을 돕고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를 연계해 아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 교장은 이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 형편이 어려운 제자의 담임을 맡았지만 정작 위급한 상황에서 도울 방법이 없었던 슬픈 기억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1987년 첫 부임을 했던 곳에 판자촌에서 생활하던 제자가 있었어요. 다섯 식구가 한 방에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는데 제가 가끔 학교에 늦는 날 깨워주는 일 말고는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었죠. 그런데 학년이 끝나갈 때쯤 겨울 방학 어느 날 밭에서 쓰레기를 모아 언 몸을 녹이려 불을 지피던 제자가 쓰레기봉투 안에 있던 부탄가스가 폭발하면서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지금이라면 학교에도 복지정책이 확대돼 아픈 제자를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이 많았겠지만, 당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죠.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금은 교육청 교육복지연계사업으로 많은 제자를 도울 수 있어 다행이라고 여기면서 뿌듯함도 느끼고 있습니다.”
정 교장은 아이들이 꿈을 꾸지 못하고 방황하는 상황이 저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학교 밖에서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이 처한 환경이 많이 다르고 사회도 다양해지면서 학교와 연계한 학부모회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며 “꿀떡과 요구르트를 준비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말 한마디를 건네며 포옹하는 ‘허그데이’ ‘아침맞이’ 등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건강권을 찾아주고 싶어 외부 기관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시행 중인 ‘초록우산 헬스케어’를 통해 주 2회씩 아이들이 운동하도록 했고, 체육관 제공사업인 ‘포르쉐 드림 플레이그라운드’를 유치해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날에도 실컷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정 교장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교권보호 문제도 언급했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하루의 30%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는데 선생님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에게도 그 힘든 부담이 전달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과정이 즐거워야 아이들도 함께 따라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죠. 최근엔 교실 내 스마트폰 사용 문제, 스마트폰 교권 침해 등의 문제로 교사들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접하는 매체, 기기 등이 많아진 데 따른 폐해라고 생각해요. 이런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하도록 교내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정 교장이 학생들을 위해 교내·외로 동분서주하는 데에는 ‘혼자 가면 멀리 가지 못하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교육철학이 굳게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선생님들의 도움만으로 아이들이 충분히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지역사회, 학부모, 외부기관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도울 방안이 많아요. 학생들의 문제를 여럿이 함께 해결한다면 아이들 역시 꿈에 한발씩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 시대의 빛과 거울이 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들의 값진 사연을 전해 주세요. 제보 및 문의 : teac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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