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미적… 평창 경기장 애물단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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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약속 말바꿔 활용案 ‘난항’
기재부 “용역 원점서부터 다시”

스키장 등 3곳 올림픽 뒤 방치
강원지역‘정부불신’확산 조짐

수천억 원이 투입된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시설이 정부의 말 바꾸기로 사후활용 계획은 물론 관리 주체도 찾지 못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활용방안 지원을 약속한 중앙정부가 태도를 바꾸면서 막대한 혈세를 투입할 위기에 처한 지역에서는 중앙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강원도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시설은 총 12개로 이 중 사후활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시설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건설비 1264억 원), 강릉 하키센터(〃1064억 원), 정선 알파인스키장(〃2034억 원) 등 3곳이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올림픽 이후 시설 유지비 부담으로 얼음도 못 얼린 채 방치되고 있다.

이들 경기장의 사후활용 방안 지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지난해 12월 9일 KTX 강릉선 시승식에서 “강원도의 도세가 약하기 때문에 강원도만의 힘으로 사후활용을 잘할 수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올림픽 시설 사후활용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되며 예산지원을 검토했으나 부처 간 이견으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3월 국회에서 “올림픽 경기시설에 대해서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서라도 건립 목적(스포츠)에 부합하는 쪽으로 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 과정에서 도가 2017년 한국산업전략연구원에 의뢰한 사후활용방안 용역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하는 타당성 용역을 원점에서 다시 받도록 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기존의 국비 지원 방안을 철회하기 위한 순서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강원도는 국비와 도비 2억5000만 원씩 총 5억 원을 들여 이달 중으로 경기장 사후 활용 타당성 및 활용 방안에 대한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정부는 용역 결과에 따라 국가대표 훈련시설 사용료 형태로 국비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반면 강원도는 사용료 개념이 아닌 운영 적자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장 건립비용의 75%를 국비로 투입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강원도가 추산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강릉 하키센터, 평창 슬라이딩센터(스켈레톤, 루지, 봅슬레이 경기장) 등 3개 시설의 관리위탁비용은 5년간 202억8500만 원에 이른다. 이는 운영비용에서 운영수익을 뺀 금액으로 매년 41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춘천 = 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