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금통위 앞둔 韓銀 ‘깊어지는 고민’

지난달 인상 소수의견 나왔지만
경제지표 추락에 동결 가능성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다음 주 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하게 될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유지키로 하자 등락이 반복되는 등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하락으로 출발했다가 상승으로 돌아서며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오전 9시 33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종가보다 0.6원 오른 달러당 1119.5원에 거래됐다. 약보합으로 출발했다가 낙폭을 금세 만회해 강보합 흐름이다.

지난달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이 나왔는데도 현재 한은 안팎 분위기는 오는 31일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상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기류가 읽힌다. 금리 ‘인상 깜박이’에도 불구하고 재난 수준의 신규 취업자수, 저소득층 소득감소 등 온갖 지표들이 금리 인상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울 만큼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차기 10·11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최근 외국 투자은행들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10월 금통위에선 애초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거꾸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더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한은이 금리 인상 타이밍을 실기한 만큼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금씩 나온다. 하지만 이 또한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예정대로 미국이 9월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한·미 간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진다. 한국이 연내 동결을 하고, 미국이 또다시 추가 인상하면 금리 격차는 1%포인트로 벌어지는 셈이다. 금리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짐에 따라 한국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출될 계기가 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8월 금리 인상, 10·11월 금리 인상, 연내 금리 동결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