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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팀장의 문장과 책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24일(金)
기다림은 시간의 주인이 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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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과 한몸이다. 기다림은 우리의 분주한 일상 속에 깊숙이, 어쩌면 신경질적으로 파묻어두었던 삶의 낯선 양상들을 제대로 마주할 기회다. (중략) 그렇게 우리는 시간의 주인이 되고, 시간을 중요한 것으로 만들면서 스스로 중요한 존재가 된다.”(225쪽)

영문학자 해럴드 슈와이저 미국 버크널대 교수는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돌베개)에서 잠깐의 멈춤도 허락하지 않는 초스피드 세상에서 우리는 기다림을 통해서 진짜 시간의 주인이 되고 스스로 중요한 존재가 된다고 했다.

“기다림은 몰입이고, 집중이며, 내면의 깊이요, 관심”이라는 그는 “기다리는 동안, 내면에서 울리는 지속의 선율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우리는 우리 자신과 한 음조로 공명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기술의 발달로 기다림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효율성이 중요한 미덕이 되면서 가장 필요한 삶의 기술은 객관적인 시공간의 길이와 크기를 어느 정도까지 압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게 됐다.

더 빨리 가야 하고,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더 많이 누려야 하니 기다리는 것은 게임에서 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저자는 기다림은 우리 삶 자체라고 설명한다.

철학자 베르그송의 ‘설탕 한 조각’이 녹는 시간이나,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의 베를 짜는 시간은 이를 말해주는 예들이라고 했다. 설탕 한 조각이 녹는 동안 유리잔 앞에서 하릴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삶이며, 페넬로페가 낮이면 베를 짜고 밤이면 이를 다시 풀어낸 것은 구혼자의 청혼을 물리치고 남편의 귀환을 기다리기 위해 시간을 이겨내는 일이었다. 우리의 삶도 기다리고 견뎌야 하는 많은 일의 연속이니 기다림은 삶 자체의 은유다.

철학자나 신화를 끌어올 필요도 없이 우리 스스로 안다. 우리는 빠듯한 시간에서 놓여나, 숨을 돌릴 때, 다음의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그 공백의 시간에서야 비로소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또 타인을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의 옆에 같이 있어 주는 것, 그 시간을 함께 견디며 기다려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238쪽, 1만4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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