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방북 연기 이후>“트럼프 ‘北비핵화 플랜B’ 시행해야… 北 종전선언 압박은 비열한 속임수”

- 美 북한 전문가들 ‘폼페이오 訪北 취소 파장’ 분석

리비어 前 수석부차관보
“北, 진정성있게 나오진 않을것”

클링너 헤리티지 선임연구원
“美, 北에 비핵화 구체조치 압박”

매닌 CRS 亞담당 선임연구원
“北, 일회성 미사일 도발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가운데, 미국 외교정보 사이트 ‘넬슨 리포트’ 등에는 북한 비핵화 협상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불분명한 만큼,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를 위한 압박 강화를 골자로 한 ‘플랜 B’를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다만,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남·북·미·중 4개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다소 엇갈렸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6일 넬슨 리포트에 보낸 논평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연기로 북한이 뭔가 고민하겠지만, 이번 연기로 인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더 진정성 있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 정책에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넬슨 리포트는 외교 현안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이 의견을 개진·교환하는 워싱턴의 대표적인 아시아 정보 사이트다. 특히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플랜 B’를 언급하면서 “지금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를 향한 즉각적, 실질적, 불가역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가들은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로 북한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내면서 방북 취소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넬슨 리포트에서 “북한은 20년 동안 되풀이해온 협상 전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은 예상보다 더 길고 험난할 것”이라면서 “이번 방북 계획 취소는 비핵화 협상 교착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신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발표한 지 불과 24시간 만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발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놀랍다”면서 “이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대북정책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북 간 협상 교착 상태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했을 때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수주 안에 폼페이오 장관이나 스티븐 비건 신임 특별대표의 방북을 보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마크 매닌 미 의회조사국(CRS) 아시아담당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벼랑 끝 전술로 전환할 수도 있다”며 “북한이 외교(대화)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일회성으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방북 계획 취소는 단순한 대북 압박이 아니다”라며 “이미 미·북 정상이 한 차례 회담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에 단순한 비핵화 약속을 넘어 더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북 협상 교착과 장기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미 전문가들은 ‘북한의 속임수’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 압박은 비핵화와 무관한 것으로, 미·북 관계 정상화, 제재 완화, 한·미 동맹 균열을 꾀하려는 북한의 시도”라며 “이는 비열한 선동적 속임수”라고 비판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 대행도 VOA 인터뷰에서 북한의 종전선언 주장을 ‘다목적 카드’로 분석하면서 “주한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약화시킴으로써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변화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도록 하려는 계산도 깔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