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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림 에세이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28일(火)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치유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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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정, 온기, 113.5×162.0㎝, 프레스코, 회벽에 스크래치, 2016
고도의 기술력으로 구현되는 디지털 매체의 해상도와 색의 세계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육안의 세계를 넘어 초극의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가공할 이미지 앞에서는 현실이 오히려 담담한 소묘 같다.

하지만 우리의 감각은 이런 부류의 자극에 피로감이나 권태를 빨리 느낀다. 하이퍼리얼의 세계에서는 은유라는 필터링이나, 몸이 친히 매개하는 어눌한 어법이 고귀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김유정의 그림은 눈앞의 대상을 은유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작가의 철침이 움직일 때마다 흑암 상태의 회벽 표면이 긁히게 되고, 희미한 미명(微明)이 서서히 드러난다. 빛은 곧 ‘있음’을 담보하는 근원이다. 치열한 몸짓으로 자가 발전돼 빛을 얻은 화면은 조금씩 생명의 언어를 토해낸다.

몸짓은 치열하나 언어는 절제된다. 빛과 어둠의 경계, 사물의 ‘있음’이 시작하는 지점, 바로 거기까지만 인도해준다. 그 나머지는 관람자의 몫이다. 오늘날 시각공해로 마비된 감성을 치유하려는 작가의 처방은 바로 거기까지다.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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