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기무사 적폐몰이와 軍心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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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부장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군 수뇌부에 낙인 찍은 쿠데타 음모 ‘주홍글씨’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국회로 옮아가고 있다. 내란예비음모 수사가 5개월을 넘겼지만, 법적 진실이 가려지지 않으면서 군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에 의한 국가비밀 문건의 군 적폐몰이 무차별 폭로전을 계기로 군 수사기관 요원 등에 대한 대규모 인적청산 여파에다 국방부와 예하 부대 간 갈등·반목 등 하극상 논란에 이어 군 전체 사기 저하와 군심(軍心) 동요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의 핵 폐기 진실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안보 최전선을 지켜야 할 군 정보기관과 수도권 핵심부대 장성과 간부들이 쿠데타 수사 대상에 올라 군 전체가 쑥대밭이 돼 안보 공백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무사령부 예하 한 연구소 소장은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금 기무사는 ‘능지처참’ ‘도륙학살’ ‘보복응징’이라는 단어들이 전체 부대원들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준다”며 침체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8월 말로 예정된 기무사 인적청산 일환인 ‘원대복귀’와 관련해 그는 “기무부대원들에게 사형선고와 같다. 절대다수 부대원은 군인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임한 것밖에 없는데 마치 흉악한 범죄집단의 중대한 범죄자처럼 내몰리는 것에 자괴감이 든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달 11일 발족한 특별수사단이 수사 기간을 한 달 연장하고,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과 미국 체류 중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 이어 문건 작성과 아무 관련이 없는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자택까지 압수수색 했지만 체포 영장 발부나 여권 무효화 조치 등 후속 조치는 하나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전직 군 수뇌부를 이 잡듯이 뒤지고, 시민단체가 현직 장성 여럿을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고발하면서 군 수뇌부는 벌집 쑤셔놓은 듯했다. 최근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이 청와대에 조사 결과를 보고했지만, 내란예비음모를 입증할 혐의나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혐의를 포착했다면 한 전 장관 등 관련자들에게 줄줄이 체포 영장이 발부됐을 것이다.

기무사가 탄핵 인용 전 2017년 3월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과 부속문서 격인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탄핵 기각 또는 인용 후 치안 부재 상황에 대비한 것이 아니라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것임을 입증해야 범죄가 성립되는데 이를 입증할 물증이 발견되지 않아 합수단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치열한 법리 공방도 예상된다. 청와대가 공개한 세부자료 문건에서 논란이 된, ‘비상계엄 선포문’ ‘계엄 포고문’을 비롯, 국정원이 계엄사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한 세부자료 내용 등은 ‘계엄법’에 따른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국헌 문란 혐의 적용은 여의치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군 안팎에서는 현 정부 국방개혁의 핵심인 ‘육군·육사 손보기’ ‘적폐몰이 기획 일환으로 용두사미(龍頭蛇尾) 수사는 예견된 일’이라는 등의 평가도 나온다. 합수단 수사 결과를 토대로 국회는 청문회를 통해 국헌 문란에 의한 쿠데타 혐의 여부에 대해 명명백백히 시비를 가려야 한다. 군의 사기와 헌정 수호 차원에서 흐지부지 넘겨선 절대 안 된다.

cs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