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만났다… 김학범 vs 박항서 “우정은 잠시 접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학범(오른쪽)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이 27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선제득점을 올린 황의조를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항서(가운데) 베트남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이 27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시리아와의 8강전에서 승리한 뒤 코치진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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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연장끝 우즈베크에 4-3
베트남도 시리아에 1-0 승
내일 준결승서 ‘벼랑끝 승부’

김 감독 “베트남 안정적 경기”
박 감독 “조국을 사랑하지만
베트남 감독으로 책임 다할것”

한국, 베트남 남자축구 대표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결승 길목에서 맞붙는다. 베트남의 국가적인 영웅 박항서(59) 감독은 조국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한국은 2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연장 접전을 펼쳐 4-3으로 이겼다. 황의조(감바 오사카)는 이번 아시안게임 2번째 해트트릭을 작성했고, 황희찬(잘츠부르크)은 황의조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결승골로 연결했다. 베트남은 이어 열린 시리아와의 8강전에서 역시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29일 오후 6시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베트남전의 승자는 일본-아랍에미리트(UAE)의 또 다른 4강전 승자와 오는 9월 1일 결승전을 치른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부터 5회 연속 4강에 진출한 한국은 사상 첫 2연패, 통산 5번째 우승을 노린다. 이미 1976년 통일 이후 최고 성적인 8강, 4강에 오른 베트남은 사상 첫 결승 진출을 꿈꾸고 있다. 23세 이하(U-23) 역대 맞대결에선 한국이 4전승으로 압도했다.

한국-베트남의 4강전은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의 하이라이트. 그리고 전형적인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한국은 조별리그를 포함, 5경기에서 모두 14득점(5실점)을 유지하고 있다. 팀 득점 공동 2위. 반면 베트남은 8득점에 그쳤지만 실점이 없다. 팀 최소 실점 1위.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등 2018 러시아월드컵 출전 멤버에 황의조까지 화려한 공격진을 자랑한다. 특히 황의조는 득점 선두(8골)를 달리고 있으며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 황선홍의 역대 최다골(11골) 경신이 유력하다. 베트남은 실속 있다. 지난해 10월 박 감독 부임 이후 3백 포메이션을 도입한 베트남은 튼실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빠른 역습 전개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베트남은 4강 진출국 중 유일하게 득점 랭킹 3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없다. 주득점원이 따로 없다는 뜻. 베트남은 특히 골키퍼 부이 티옌 덩(타인호아)이 철벽을 자랑한다. 부이 티옌 덩은 이번 아시안게임 5경기에서 유효슈팅 19개를 모두 막아냈다.

체력이 변수. 이번 아시안게임 일정은 무척 빡빡하며, 특히 8강전을 치른 뒤 휴식일은 하루뿐이다. 게다가 한국, 베트남 모두 8강전에서 연장접전을 펼쳤기에 체력 소모가 크다. 물론 지면 짐을 싸야 하기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김학범(58), 박항서 감독의 자존심 싸움은 4강전의 백미. 둘 다 K리그에서 잔뼈가 굵었기에 장단점을 훤히 꿰고 있다. K리그 상대전적에선 김 감독이 8승 1무 1패로 압도했다.

하지만 무대는 K리그에서 아시안게임으로 달라졌다. 그리고 둘 다 이겨야 하는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 사령탑이 처음. 박 감독은 단기간에 베트남을 아시아 정상급으로 이끌면서 국가적인 영웅으로 사랑받고 있다.

8강전 직후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눈물을 흘린 김 감독은 “초심으로 준결승전을 준비할 것”이라며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을 무척 좋은 팀으로 조련했고, 베트남은 특히 무척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돋보인다”고 치켜세웠다.

골키퍼 조현우(대구 FC)는 왼쪽 무릎을 다쳐 8강전에 결장했다. 김 감독은 “조현우든 송범근(전북 현대)이든 충실하게 골문을 지켜줄 것”이라며 “누가 나가든 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내 조국은 대한민국이고, 난 조국을 무척 사랑한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베트남 감독으로서 책임과 임무를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감독은 “김 감독은 경험이 풍부하고 ‘한국의 (알렉스) 퍼거슨’에 비유할 만한 지략가”라면서도 “K리그에서 함께한 동료, 선수들과 조국을 상대로 멋진 경기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베트남 남자축구 대표팀은 같은 호텔에 묵고 있다. 선후배인 김 감독과 박 감독은 호텔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치며 안부를 묻고 서로를 격려한다. 하지만 4강전 맞대결이 성사됐기에 이젠 선후배가 아닌 적장으로 마주하게 됐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