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훈련경고’에 韓도 ‘공동보조’… 對北압박 수위 높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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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훈련중단 더는 없다”

김정은정권에 가장 민감 사안
협상결렬 염두에 둔 강경발언
사전협의 없어… 韓에도 경고

정부 “협의”… 韓美공조 강조
대화보다 ‘압박’ 보조 맞출 듯
‘코리아패싱’ 차단 포석 의도도

청와대가 29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더 이상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계획 없다’는 발언에 대해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분간 한·미 공조에 무게를 둘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북한이 가장 민감해 하는 한·미 군사훈련 재개까지 언급하면서 공개적인 대북 압박에 나선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북한이 핵활동 재개 등의 카드까지 들고나온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대북제재 강화와 이를 위한 미국과의 공조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미국을 노골적으로 협박한 상황에서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신뢰를 잃어 남북관계 개선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심지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추진 과정에서 ‘코리아 패싱’을 당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매티스 장관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시사가 북한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도 보내는 경고음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1차적으로는 미·북 비핵화 협상 결렬을 염두에 두고 대북정책 ‘플랜 B’에 대비한 사전 포석 성격이 강하지만,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추진 과정에서 미국 내 불만도 반영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미국 조야에서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북한에 너무 큰 ‘선물’이라는 비판이 나왔으며 최근에는 훈련을 재개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매티스 장관은 한·미 군사훈련 재개와 관련해 우리 측 국방 당국과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이 한국 정부에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현재로선 한·미 간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최근 한국 측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는 미국 관리들의 언급도 국내외 언론에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29일 “북한이 근본적인 핵 정책 변화가 없었는데도 우리 정부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잘못 해석한 것은 아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게 확인된다면 연합훈련을 원위치하겠다는 한·미 간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군사훈련은 북한이 가장 예민해 하는 사항이어서 북한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없다면 미·북 관계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될 경우 북한도 이에 대응해 군사훈련을 할 수밖에 없고, 주민대피훈련 등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천명한 ‘경제 집중 노선’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실제 북한은 종전선언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기 전에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미국에 강하게 요구했었다.

김병채·정충신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