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민간 일자리 더 줄일 ‘세금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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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규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

이례적으로 팽창적인 2019년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됐다. 내년도 예상 경상성장률 4.4%(실질성장률 2.8%)를 근거로 재정 지출은 증가율의 2배가 넘는 9.7%나 돼 총 470조5000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총수입 증가율 7.6%와 비교해 볼 때 재정 적자의 확대를 감수한 매우 확대 지향적인 예산안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자 5000명 증가에 실업자 8만1000명 증가라는 지난 7월의 참담한 고용통계는 그동안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정책 순위를 뒀던 정부·여당에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특히 30, 40, 50대의 실업률이 증가했고, 구직단념자가 6월 이후 급격히 늘어 그 여파가 대통령 지지율은 물론 사회 전반에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고용절벽의 상황을 맞아 급격히 지출을 늘리는 예산정책을 통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가지 축을 흔들림 없이 지속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도 이번의 초(超)팽창 예산안을 마련하는 데 동력이 됐을 것이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의 특징은 복지 관련 예산 증가와 일자리 예산 증가라는 두 가지로 요약돼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일자리 예산을 포함한 보건·복지·노동 예산이 162조2000억 원에 이르러 올해 대비 12%가 넘는 증가율일 뿐 아니라, 전체 예산의 34.5%나 차지한다. 복지 관련 지출의 증가는 경제적 상황에 따라 하향 조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일정한 관성을 갖고 증가할 가능성이 큰 지출 항목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결과적으로 내년도 지출증가율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이 분야의 지출증가율이 전체 재정지출 증가율을 결정하는 구조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자리 예산은 19조2000억 원에서 22% 증가한 23조5000억 원을 배정하고 있어 2018∼2019년 현 정부 일자리 예산이 42조 원을 넘는다. 이런 파격적인 예산 증액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예산의 증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2017년 10월 현 정부가 마련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 따라 정책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안에는 정책의 강도를 한층 높여 추진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안을 확정하기 전에 기존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19일 발표한 ‘재정사업 분석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을 신중하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공무원의 충원은 현재 발생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퇴직 후에도 발생하는 연금 등 국가부담금을 고려해 국가재정의 중장기 계획에 따라 접근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 또, 사회 서비스 일자리 확대 사업에 대해서도 이 분야 민간 부문의 역할을 구축하는 문제와 더불어 향후 크게 늘어날 재정 부담에 대한 장기적인 대안 부재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통해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오늘의 성과’를 위해 힘쓰기보다, 민간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출,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 등 ‘내일을 위한 정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