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급 줘보지 않은 사람들이 소상공인 死地로 내몬다”

좀체 가게 문을 닫는 일이 없는 미용실·PC방·편의점·음식점 사업주 수만 명이 평일, 그것도 폭우를 뚫고 서울 광화문광장에 운집했다. 더러는 밥솥·냄비·프라이팬을 바닥에 내던졌다. ‘밥그릇이 깨졌다’는 의미다. 상여와 만장도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죽었다’는 항의 표시다. 29일 소상공인 총궐기대회를 이끈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엔 60개 업종, 87개 지역 단체를 포함해 150여 단체가 참여했다. 이날 참여자의 호응을 가장 많이 얻은 구호는 ‘소상공인도 국민이다’ ‘이것이 공정경제인가’였다.

문 정부가 2018∼19년 최저임금을 29% 올리는 과정에서 자영업자, 특히 5인 미만 소상공인의 의견은 묵살됐다. 결정은 노동계 편향의 최저임금위원회가 주도했고, 고용노동부는 재심 요청을 일축했다. 그것도 모자라 유급휴일을 근로시간으로 산정하는 주휴수당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올해 16.4% 인상만으로도 직원을 내보내고 가족을 동원해 근근이 버티거나, 사업 자체를 접는 상황이다.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는 올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을 전망이다.

2년 새 3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은 멀쩡한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극한 처방’이다. 경제학자들의 우려에도 밀어붙인 소득주도 성장 실험이라면 그 리스크는 문 정부가 져야 하는데도, 근로자 평균임금보다 적게 버는 소상공인에게 고스란히 떠넘겼다. 임금을 받는 노동계만 의식했을 뿐, 주는 쪽 사정엔 관심이 없었다. 제갈창균 외식업중앙회장은 “근로자에게 월급을 지급해보지 않고, 건물과 시설에 투자도 안 해본 사람들이 소상공인들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고 질타했다. 경제 현장과 동떨어진 청와대 정책 참모들의 탁상공론에 자영업자들이 궤멸하고 있다는 절규다.

국가경제의 실핏줄 같은 자영업자가 집단 저항에 나선 것은 경제 바닥 민심이 이반하고 있는 징후다. 전 재산을 투자한 이들의 비명은 직장을 잃은 실업자와는 또 다르다. 5인 미만 사업자에 최저임금 차등적용, 최임위의 소상공인 발언권 확대 등 이들 요구가 무리도 아니다. 정부가 7조 원대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소상공인 불만의 핵심인 최저임금 문제는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일부는 자영업 구조조정 필요성을 거론하는데, 현실을 도외시한 단견이다. 약자를 보듬겠다던 문 정부이기에, 이들의 분노와 배신감은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