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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31일(金)
로봇과 섹스하는 시대에도… 우리는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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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도 사랑을 할까 / 로랑 알렉상드르, 장 미셸 베스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프랑스의 카르마트사는 2016년 인공심장을 만들어 처음으로 심부전증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수십 년 사이에 인간 DNA에 개입해 유전병을 일으키는 염기서열 제거, 3D 프린터를 사용해 신체 장기 만들기, 인공지능 장치에 인간의 뇌 기능 결합, 지각 능력 향상이나 체력 강화 등이 가능해진다. 이른바 NBIC(나노·바이오·정보·인지과학 기술)의 융합을 이용한 프로메테우스적 프로젝트들이 일부 인간에게 기대수명을 거의 무한대로 연장하는 일, 곧 ‘죽음의 죽음’이 가능하게 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행복할까.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능력을 개선할 것을 주장하는 생각을 가리키며,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트랜스휴머니스트라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순수한 인간 시대에 해당하는 휴머니즘 시기를 지나 트랜스휴머니즘 시대가 도래하고, 이는 다시 포스트휴머니즘, 곧 순수한 생물학적 인간이 자취를 감추고, 모두 첨단기술을 적용해 신체능력이 향상된 ‘증강인간’이 되는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프랑스의 작가이자 의사이며 트랜스휴머니스트인 로랑 알렉상드르와 기술철학자인 장 미셸 베스니에는 트랜스휴머니즘 시대에 우리가 맞닥칠 ‘로봇과도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등 12가지 질문에 대해 토론하며 과연 앞으로 인간 사회에 어떤 변화와 문제가 제기될 것인지 전망한다. 알렉상드르가 인공지능(AI)의 발달과 트랜스휴머니즘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것을 빨리 도입하는 나라일수록 세계 질서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베스니에는 기술만이 모든 해결책이라는 것에 반대하며 철학적·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10년 사이 DNA 염기서열을 측정하는 비용은 300만 분의 1로 줄어 2025년이면 산모는 태아가 세상에 나올 때 예상되는 수천 가지 질병과 상황을 미리 알 수 있다. 이른바 ‘예쁘면서 머리 좋고 건강한 자식들’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알렉상드르는 “어린이의 뇌 역량 강화에 사회적 합의를 이룬 나라들은 지식 기반 사회에서 엄청나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베스니에는 “그것은 지능지수를 ‘물신숭배’하는 것이자 인간을 동물화 혹은 기계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언젠가 기계는 감정이나 성욕처럼 우리가 가장 내밀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반응하게 될 것이다. 실재와 구분이 점점 불가능해지는 가상현실은 그 미래를 예견한다.

알렉상드르는 진정한 의미에서 사이버섹스는 로봇공학, 인공지능, 뇌 과학, 가상현실 산업이 효과적으로 접목됐을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며, 몇십 년 후에는 영화 ‘그녀’(사진)와 같은 일도 생길 것으로 보았다. 베스니에는 “성생활도 물론 로봇 쪽으로 옮겨가겠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성생활 역시 죽음과 마찬가지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처럼 알렉상드르는 인간이 AI를 이길 수 없을 것이므로, AI를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일지 결정할 시간이 코앞에 다가왔다고 강조한다. 인간이 본질을 보존하면서 기계와 공존은 가능한지, AI에 의한 인간의 노예화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학교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등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미래를 향한 논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베스니에는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이 내세운 부흥의 약속은, 인간은 실패한 종이므로 보다 더 나은 것으로 대체될 때가 됐다는 일종의 전체주의적 징조로 보면서, “우리의 실존을 기술에 예속시키는 기계적인 행위에 저항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경고한다. 216쪽, 1만2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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