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어린시절 이름은 正興… 책 장사 시작하면서 改名”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90년 7월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평화민주당 총재)과 문희상 국회의장(당시 경기 의정부 지구당위원장)이 평민당 전국 지구당별 국정보고대회에서 손을 잡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文 의장 이름에 얽힌 사연

문희상 국회의장에겐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 있다. 아명(兒名)인 정흥(正興)이 그것이다. 문 의장은 지난 1973년 7월 ‘숭문당(崇文堂)’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책 장사를 하기 전까지 문정흥이란 이름을 썼다. 1972년 유신 선포 후 과거 학생운동 이력 때문에 보안사령부의 사찰 대상이 됐고 행정고시에 붙고도 임용이 되지 못했다. 결국 군 제대 후 그는 원치 않게 장사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장사를 하기로 맘먹고서는 정흥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이유는 장사를 생각하지 않았던 시절의 그 이름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 이름으로 수석을 도맡아 했고 학급 반장을 했으며 서울 법대와 고시에 합격했다. ‘바르게 흥하라’는 뜻 그대로 그 이름을 쓰는 동안 한치의 부끄러움 없이 깨끗하게 살았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장사를 시작하면서 새로 쓰게 된 이름이 지금의 희상(喜相)이다. 어머니가 당시의 유명한 작명가 김봉수 씨를 찾아가 “제일 돈 잘 버는 이름으로 지어 달라”고 해서 얻어 온 이름이라고 한다. 그렇게 숭문당 사업자등록증에는 ‘문희상’이라는 이름이 적혔다.

이름 덕분일까. 1970년대에 책방 운영 5년 만에 꽤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번듯한 건물 한 채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희상이란 이름도 장사나 돈보다는 정치를 위한 이름이었는지, 문 의장은 정계에 입문 후 세무조사 등 정치적 탄압으로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날렸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튿날 책방 문을 닫았다. 그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1979년 11월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를 조직했고, 그로부터 40년을 정치인 ‘문희상’으로 살았다.

정치인이 된 문 의장의 이름 앞에 새로 새겨진 호(號)는 산민(山民)이다. ‘국회의원들의 서예 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원로 서예가 청암(靑庵) 고강 선생이 ‘태산같이 백성을 사랑하라’는 의미로 지어줬다고 한다. 정흥부터 산민까지, 문 의장에게 이름과 호란 삶의 지향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았던 셈이다.


△1945년 경기 의정부 출생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중앙회장 △14·16·17·18·19·20대 국회의원(6선) △청와대 정무수석(김대중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노무현 정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열린우리당 당의장, 민주통합당·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국회 부의장

이은지 기자 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