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앤티크 골프 이야기>동전 올리고 퍼팅하면 홀 속 ‘땡그랑’ 100여년 전 은행이 사은품으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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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저금통

미국에선 저금통을 피기 박스(Piggy Box), 피기 뱅크(Piggy Bank)로 부른다. 말 그대로 돼지저금통이다. 요즘이야 저금통을 잘 사용하지 않고 그나마 플라스틱 제품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100여 년 전 저금통은 쇳덩어리 주물로 만들었다.

골프와 연관된 저금통도 많이 제작됐고 지금까지 온전하게, 예전 형태 그대로 수집가들의 손에 보관된 것이 상당수 있다.

서구인들은 쇠 주물 저금통을 골프와 연관시키며 작품처럼 정성스럽게 제작했다. 우선 쇠로 밑바닥과 윗면을 사각의 박스 형태로 만들어 동전이 떨어지게 했고 윗면에는 골퍼와 퍼터를 조각해 고정했다. 단순하지 않다. 골퍼의 손이 움직이면서 퍼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반대편에는 홀이 있고, 퍼터 옆에 동전을 올려놓으면 된다. 손으로 핸들을 돌리면 골퍼가 잡은 퍼터가 움직이며 동전을 친다. 잘 ‘조준’하면 동전이 맞은편 홀로 들어가 박스 속으로 ‘땡그랑’하고 떨어진다. 특히 은행들이 고객 사은품으로 많이 제작했다. 하지만 겉면에 은행 상호보다 BANK(은행)라고 새겨 넣어 저금통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싸구려는 절대 아니다. 당시 골퍼들이 즐겨 입던 체크 칼라 상의와 7분 바지부터 모자와 신발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세심하게 묘사했다. 훌륭한 미니어처다.

최근 복제품이 나오면서 액세서리 선물코너에서도 이따금 눈에 띄기도 하지만 ‘진짜’와는 쉽게 구별된다. 오리지널 제품은 육중해 무게감이 있으면서 가격이 수십만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남양주골프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