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黨政靑, 소득성장 비판한 김광두·박승 苦言 안 들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국회의원 전원과 이낙연 국무총리 등 각부 장관, 청와대 참모 등 당·정·청(黨政靑) 핵심인사 200여 명을 소집해 ‘전원회의’라는 이례적 행사를 가졌다. 경제 지표와 당·청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는 상황에서 각오를 새로이 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외양이나 내용 모두 진정한 소통과 협치보다는 불통과 독선이 더 돋보였다.

문 대통령 인사말이나 행사에서 채택된 6개 항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적폐 청산 지속, 소득주도 성장 가속이다. 문 대통령은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 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적폐 청산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신속히 처리해야 하며, 현 집권세력은 그런 적폐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대전제다. 그런데 정반대다. 전직 대통령 두 명과 장·차관들 구속은 물론 전직 대법원장·대법관까지 적폐로 몰아놓고 더 지속하겠다니, 국민은 최종 목표를 의아하게 생각한다. ‘내로남불’ 표현이 일상화할 정도로 현 정부의 ‘신(新) 적폐’도 수두룩하다.

소득주도 성장 집착은 더 위험하다. 경제는 한 번 망가지면 회복에 긴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제적 약자들부터 고통을 받는다. 급기야 지난해 대선 때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설계했던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까지 고언(苦言)을 하고 나섰다. 김 부의장은 지난 30일 ‘의장’인 문 대통령을 만나 생각을 직접 전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자문위원장을 했던 박 전 총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세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고용까지 줄이기 때문에 저소득층 전체로 볼 때 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런데도 소득주도 성장을 ‘가속’하겠다니, 오기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