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톱스타·재벌 드나드는 도박판… 그 한가운데 ‘포커 프린세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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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몰리스 게임’

타고난 이야기꾼이 풀어낸 실존 인물의 파란만장한 삶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엄청난 판돈이 오가는 거대한 비밀 도박장의 민낯을 생생하게 파헤치며 자신의 존재를 지키려 하는 주인공의 강인한 내면을 깊이 있게 펼쳐냈다. 또 후반부에는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절절한 장면도 넣어 감동 드라마를 완성했다.

‘어 퓨 굿맨’(1992), ‘소셜 네트워크’(2010), ‘머니볼’(2011) 등 화제작의 시나리오를 쓴 에런 소킨은 연출 데뷔작으로 할리우드와 뉴욕에서 영화감독과 배우, 스포츠 스타, 재벌 등 유명인들이 드나드는 포커 클럽을 운영한 몰리 블룸의 실화를 선택했다.

6일 개봉하는 ‘몰리스 게임’(사진)은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했다가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몰리(제시카 채스테인)가 선수 생활을 접고 지상 최대의 도박장을 운영하게 되는 이야기를 경쾌한 톤으로 그려낸 영화다. 몰리는 어린 시절부터 심리학자인 아버지 래리(케빈 코스트너)의 엄격한 훈육 속에서 스키 선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불륜으로 부모가 이혼하자 홀로서기에 나서 우연히 거물들의 포커 도박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판돈을 목격하고 인생 반전을 꿈꾼다. 명석한 두뇌를 지닌 그는 자신이 만든 도박장에 유명인들을 끌어들여 ‘포커 프린세스’로 우뚝 선다. 도박장의 규모가 커지며 러시아 마피아가 끼어들게 되고, 그 상황을 버텨내기 위해 불법과 마약에 빠지며 결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다.

영화는 온갖 외설적인 소문에 휩싸인 몰리가 잘나가는 변호사 찰리(이드리스 엘바)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며 자신의 삶을 낱낱이 털어놓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몰리의 의뢰를 단호히 거절하던 찰리는 그의 진심을 알게 된 후 마음을 열고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다.

실제 인물의 추천으로 몰리 역을 맡은 제시카 채스테인은 고혹적인 미모와 지성미를 앞세워 냉철한 카리스마와 섬세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의 특징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그의 깊은 눈빛과 명확한 말투가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그의 열연으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한 인물의 삶이 흥미진진하게 완성됐다. 여기에 케빈 코스트너의 묵직한 연기가 더해져 진한 울림을 전한다.

블룸의 회고록에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벤 애플렉 등 톱스타들이 이 도박장의 고객이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자신의 지인들도 블룸의 고객이었던 소킨 감독은 회고록의 영화화를 거부하다가 블룸을 만나 책에는 생략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를 쓰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촘촘히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풀어낸 연출 데뷔작을 만들어냈다. 그는 “몰리는 입만 열면 유명해지고, 부자가 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가 간절히 쓰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