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살아난 ‘KTX 세종역’… 실세 與 대표·충남지사 ‘협공’에 충북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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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조 지사 “신설” 공식거론
이해찬 총선 때 公約 지원 사격
이춘희 세종시장 “감사” 반색

충북 “오송역 쇠퇴” 강력반발

양승조 충남지사가 ‘KTX 세종역’ 신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섬에 따라 충청권 자치단체 사이에 파장이 일고 있다. 세종시는 당장 환영하고 나선 반면, 오송역 사수를 외치는 충북도는 ‘고립’을 우려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 등 지역구인 세종시 챙기기에 나서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5일 충남도에 따르면 양승조 충남지사는 전날 도청 기자회견에서 “KTX 세종역은 개인적으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부처 대부분이 세종시에 내려와 있고, 충청권 교통망으로 볼 때도 (역 신설)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 지사가 ‘사견’ ‘충청권 공조 유지’ 등을 전제로 달았지만, 그동안 물밑에 잠복해 있던 충청권 갈등 이슈인 ‘세종역’을 공개 언급한 것은 적잖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세종역 신설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대권 주자로 지역 간 갈등을 자초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양 충남지사가 충북도의 반발을 무릅쓰고 세종역에 힘을 실어 준 것은 ‘충남-세종’ 연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 충남지사가 내포 혁신도시 지정 등 도정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총선 때 세종역 신설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이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4일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 세종의사당(국회 분원)의 세종시 설치가 중요하다”고 밝히는 등 지역구 현안에도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현재 여권 내 위상을 감안하면 ‘세종역’ 신설에도 이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실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세종시의 한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 체제 출범과 함께 KTX 세종역 신설을 놓고 충청권 자치단체 간의 ‘밀고 당기기 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라며 “정치적 이해보다는 국민의 교통 접근성을 고려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 차 현재 터키 앙카라에 체류 중인 이춘희 세종시장은 “상당히 고마운 말씀”이라고 적극 환영했다. 이 시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종역은 세종 및 대전 북부권 주민, 정부부처 공무원, 세종시를 오가는 호남권 주민 등을 위해 필수적인 시설”이라며 “새 정부에서 부처 추가 이전, 국회 분원 신설 움직임 등 변화된 여건을 반영한 새로운 용역 조사를 통해 전향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호남고속철도가 세종시 남부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1000억 원 정도의 예산만 있으면 된다”며 “오송역은 경부·호남고속철도의 유일한 분기역으로 위치가 확고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충북 지역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충남도의 가세로 세종역 신설 불씨가 살아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 때 세종역 신설은 양 지역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결정될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충북은 그동안 “세종역이 신설되면 인근 KTX 오송역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며 ‘세종역 저지를 위한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까지 결성, 강력히 반발해왔다.

세종·청주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