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짜 학술대회’ 출장에 지원한 稅金 전액 환수해야

국가 기초연구 지원 시스템의 효율화·선진화를 내세우며 한국과학재단·한국학술진흥재단·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통합해 2009년 출범한 법정 기구인 한국연구재단이 ‘가짜 학술대회’ 참석 출장비를 국가 예산으로 지속적으로 대준 사실이 드러났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공개한 재단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 주최 해외 학술대회의 한국 참가자 265명에게 5억8742만 원이 지원됐다.

두 단체의 학회는 참가비 등을 노리는 가짜라는 사실이 2000년대 초부터 국내외에 알려졌는데도, 국민 세금(稅金)으로 대학교수와 정부 출연기관 연구원들의 참석을 부추기기까지 한 셈이다. 와셋 주최 학회는 최근 독일 공영방송의 취재용 의도적 ‘허위 논문’에 ‘최우수 발표상’도 수여했다. 오믹스에 대해선 지난해 미국 법원이 허위정보 게재금지 가처분명령도 했다. 학문을 빙자한 사기 행태가 학계를 넘어 언론에 보도되고 법정으로도 비화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와셋과 오믹스는 완전 엉터리로 학계를 오염시킴 주범”이라며 “가짜 학회 참석 명목으로 국비를 받아 사실상 외유성 관광을 하는 악습이 제자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개탄했겠는가. 연구 윤리를 거론하기조차 민망한 이들의 출장 지원금 전액 환수는 당연하다. 학계 일각의 이런 행태를 몰랐을 리 없는 재단은 물론, 가짜 학회 발표를 실적으로까지 인정해준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실 관리도 엄중 문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