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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06일(木)
가을을 남기고 떠났던 원조 디바, 가을을 안고 돌아와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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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티김

예능PD가 되면 보고 싶은 가수들을 실물로 다 볼 줄 알았다. 현실은 달랐다. ‘PD가 부르면 당연히 출연해 주겠지.’ 섣부른 착각이었다. 선배에게 물어보니 “그분들은 여기 안 오셔”라고 짧게 답했다. “이유가 뭐죠” “우리랑은 잘 안 맞아” “안 맞으면 맞추면 되는 거 아닌가”(이건 혼잣말).

1996년 가을 음악프로 ‘토토즐’(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연출을 맡은 나는 이쪽(MBC) 발길이 뜸한 빅스타 명단부터 훑었다. 첫 목표가 패티김(본명 김혜자·사진). 수식어 자체가 ‘대형가수’였다. 당시로선 키(167㎝)도 컸지만 히트곡 규모가 소형, 중형과는 체급이 달랐다. 지금도 야구장에서 불리는 응원가 ‘그대 없이는 못살아’의 원곡 가수도 패티김이다.

기획사의 반응은 기계적이었다. ‘왜 안 하던 짓을 하죠?’ 뭐 이런 느낌이랄까. 이럴 땐 낮은 자세로 높은 이상을 펼치는 게 상책. “TV에서 가요프로그램이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데 대중음악의 힘을 되살릴 수 있는 디바가 필요합니다.” 최상의 무대를 약속했고, 최고의 출연료를 제시했지만 스타는 엄격했고 매니저는 깐깐했다(물론 ‘구애’하는 쪽 시각이다). 섭외할 땐 ‘을’이었다가 녹화 후엔 ‘갑’으로 변하더라는 방송사의 ‘적폐’사례를 그들은 기억했다. 큐시트와 무대도면, 음향과 조명의 보완계획, 거액의 선급금까지 들고 가서야 어렵사리 출연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시작은 계약으로 했지만 인연은 팬심으로 확장됐다. 2012년 2월 15일 공식 은퇴선언을 한 후에는 JTBC에서 석 달간 이별 여행 콘서트도 진행했다. 제목은 ‘패티김쇼’. 공연 때마다 ‘어떤 노래를 고를까’보다 ‘어떤 노래를 빼야 하나’를 고민했더니 15주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기록을 보니 예전 동양방송(TBC·1964년 5월부터 1980년 11월까지 존재했던 민영방송)에도 같은 제목의 쇼가 있었다. 하지만 박수가 있으면 손가락질도 있는 법. ‘사랑하는 내 마음은 빛과 그리고 그림자’(패티김 ‘빛과 그림자’ 중).

은퇴를 선언하면 바로 퇴장하는 게 상식 아닌가. 하지만 댓글의 의문과 본인의 구상은 달랐다. 은퇴 발표 후 월드 투어까지 한 외국 뮤지션의 사례를 들며 그동안 사랑해준 팬들에게 일정 기간 공연으로 보답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쇼는 계속됐다. 여기서 잠깐.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가 납세의무다. 스타는 여기에 세금 하나를 추가로 내야 한다. ‘유명세’는 누리는 게 아니라 치르는 것이다(한자로도 有名勢가 아니라 有名稅다). 예능프로그램 ‘무릎팍 도사’(2008년 4월 16일 방송)에 나와 ‘외국에서 용돈 떨어지면 국내 공연하러 온다’는 얘기를 자신도 들었다며 “계속 이태원에 살고 있었고, 동사무소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조용필 50주년 콘서트를 관람하며 문득 10년 전 장면이 스쳐 갔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 거야’(‘이별’ 중). 그렇다. 최초의 50주년 공연 가수는 패티김이었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스타의 훈장이다. 최고는 바뀌어도 최초는 바뀌지 않는다. 이참에 80세(1938년생)에 컴백하는 최초의 가수가 되는 건 어떨까.

자기관리도 좋고 지켜야 할 명예, 품격, 일관성 다 좋지만 팬들의 그리움도 채워주면 좋을 것 같다. 돌아오는 노병들이 좀 많은가. 번복에 대한 질타보다는 여왕의 귀환을 환영하는 소리가 더 크지 않을까. 어차피 빛(환대)은 그림자(비난)와 동거하는 사이다. ‘사랑이란 두 글자는 외롭고 흐뭇하고/사랑이란 두 글자는 슬프고 행복하고’(‘사랑이란 두 글자’ 중).‘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중에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날개를 접은 철새처럼’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음악동네에서 현수막이라도 하나 걸까. “다시 날개를 펴고 우리 곁에서 노래해 주세요.” “가을을 남기고 갔으니 가을을 안고 돌아오세요.”

마침 내년은 패티김 데뷔 60주년이 되는 해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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