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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07일(金)
어제 70대, 오늘 90대… 대체 골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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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600년 역사에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과 화두는 아마도 “도대체 골프란 무엇인가”일 것이다.

알 듯 말 듯, 될 듯 말 듯 한 것이 바로 골프요, 아침에 자신감을 얻었다가 저녁에 자신감을 잃는 것이 골프다. 연습장에서는 잘되다가 필드에서는 안 되는 것이 골프다. 1번 홀에서는 안 되다가 마지막 18홀에서는 잘되는 것이 골프다. 드라이버가 잘되면 아이언이 안 되고 아이언이 잘되면 퍼터가 안 되는 것이 골프다. 그리고 오늘 ‘머리 얹은’ 사람이 구력 20년 된 이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해줄 수 있는 것이 골프다. 골프는 참 이상하다. 답을 내릴 수 없을 만큼 오묘하고 기묘하다.

얼마 전 미국에서 포교 중인 한 스님이 골프 관련 책을 냈는데 흥미롭다. 이 스님은 “공교롭게도 골프의 공(Ball)과 불교의 공(空)은 우리말 발음이 같다. 공(Ball)은 앉으나 서나 키가 같고, 앞이나 뒤나 똑같으며, 얻어맞아도 그 모양 그대로다. 때에 따라서 머물러 있기도 하고 때론 멀리 튕겨 나가지만 언제나 둥글게 응해준다. 공은 공이고 그래서 마음을 비워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그린의 홀컵 직경은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로 돼 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래서 골프는 철학적이고 플레이는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인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자연을 즐기겠다고 하지만 결국 골퍼들은 성적에 연연하고, 집착하게 된다. 정작 마음을 비웠다고 하나, 마음속의 다양한 생각들이 채 비워지지 않으면 공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

우를 범하는 것은 내가 좀 잘 친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지나치게 남의 플레이에 참견하는 일이다. 미국의 작가 프랭크 허버트는 “자신이 무언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눈을 멀게 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내가 전문가이고, 나만큼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자만할 때 항상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골프는 공이고, 또 다른 공을 쫓는 것 같다.

박세리는 항상 골프 라운드 전에 적연부동(寂然不動)을 마음속에 새겼다고 한다. 혼돈 속에 고요함을 구하고, 고요한 가운데서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이다. 골프를 하면서 이를 실행한다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완벽은 없다.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골프다.

스님의 말씀처럼 잘 치든 못 치든 간에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이 골프다. 자전거를 한번 배워놓으면 타는 법을 쉽게 잊지 않는다. 골프는 어제 70대를 쳤다가도 오늘 90대를 칠 수 있다. 반면 오늘 90대를 치고도 내일 70대를 칠 수 있는 것이 골프다. 대체 골프란 무엇일까. 600년간 풀리지 않는 골퍼들만의 숙제임에 틀림없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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