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재소장 비난 기사 양승태 행정처가 기획·대필”

검찰 ‘대법 문건’ 확보 수사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을 비판하는 기획 기사를 직접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모 언론사는 법원행정처가 ‘대필’한 기사를 제공 받아 거의 그대로 보도했다. 검찰은 대법원이 헌재와 갈등 관계가 있던 상황에서 언론과 공모해 직접적인 여론 조작을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법원행정처가 2016년 3월 22일 작성한 ‘○○신문 기사 초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확보했다. 수사팀은 이미 해당 문건을 작성한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조사해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과 임종헌 차장의 지시에 따라 작성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는 박 전 소장을 비판하는 취지의 법조계 반응이 담긴 기사체 형식의 글이 담겨 있다. 박 전 소장이 2016년 3월 한 토론회에서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 제도를 지적하며 “자존심이 상한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사에서 박 전 소장을 비판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행정처가 만든 가공의 인물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