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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07일(金)
“北비핵화 - 南안보역량 맞바꾼다면 평화대신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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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전략가인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지난달 27일 인터뷰가 진행된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신 전 차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을 전제로 사실상 핵군축 협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신원식前 합참차장

북핵만이 우리 위협요인 아냐
국가안보 유지는 평화의 기본

北은 군사력 안줄이고 있는데
정부 평화실험 도박에 가까워

임의적·무조건 사찰 수용해야
김정은 비핵화의지 신뢰 가능

北, 일단 종전선언 얻어내면
韓美동맹 와해 시도 나설 것


국내 최고의 군사전략가인 신원식(60·예비역 육군 중장) 전 합동참모본부(합참) 차장 겸 고려대 객원 교수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미 동맹과 우리 안보 역량 약화를 등가로 교환하는 순간, 우리의 평화는 더 불안해지고 재앙적 결과로 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는 그나마 비핵화도 안 됐는데, 비핵화가 된다는 낭만적 기대로 등가가 안 되는 것을 건드리고 있다”는 충고다. 신 전 차장은 군이 배출한 대표적인 정책·작전 분야 전문가로 북한의 대남 군사전략에 정통한 북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신 전 차장은 “현 정부는 북한이 핵무력이나 재래식 군사력을 줄이지 않은 상태인데도 우리 군사 대비태세를 먼저 약화시키는 조치들을 연속적으로 내놓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실체적인 군사 역량을 강화하는 것보다 상대방 호의에 기대어서 국가안보를 유지하는 현 정부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인류 역사상 이변이자 기적으로, 이는 모험을 넘어 도박에 가깝다”며 현 정부의 안보정책 대전환을 촉구했다.

신 전 차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과 관련해 “내란 음모 또는 쿠데타 명분을 크게 걸어서 겁을 준 다음 군에서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등 청와대가 정권 입맛에 맞게 군 인사를 하고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해 군에서 반발할 경우 아예 원초적으로 봉쇄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신 전 차장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대북 특사대표단이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발표한 6일 전화통화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남북관계 상황을 보충했다. 신 전 차장은 논리정연한 달변가로 질문할 틈도 주지 않고 안보강연하듯 2시간 동안 북한의 핵 협상 전략과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 문제점을 진단했다.



―북한이 정치 선언에 불과하다고 하면서도 집요하게 종전선언을 관철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4·27 판문점 선언에 의하면 북한이 느끼는 군사적 긴장, 충돌로 갈 수 있는 모든 행위가 적대행위에 해당된다. 북한에 대한민국의 정당한 모든 활동을 적대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만능보검’을 쥐여준 셈이다. 종전선언이 바로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종전선언으로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해체될 운명에 처할 것이다. 이후 주한미군 철수 요구가 나오고, 한·미 동맹은 본격적인 와해단계로 갈 가능성이 높다.”

―5일 평양을 다녀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미동맹이 약화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며 북측 입장을 전달했다.

“북한은 ‘종전선언 요구를 관철한 뒤, 그것을 근거로 남한에 원하는 것을 차근차근 요구할 것이다. 일단 종전선언만 해놓으면 문재인 정부 스스로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를 이유로 북한이 원하는 분위기를 마련해갈 것으로 판단된다. 김 위원장 입을 통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것이라는 얘기를 직접 들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정 실장이 전하는 얘기일 뿐인데, 나중에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잡아떼면 어떡할 것인가. 김 위원장이 정말 비핵화 실행 의지를 갖고 있다면 핵물질 리스트를 내놓는 등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북한이 그렇게 하겠다는 어떠한 의지도 보여준 적이 없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판단할 기준은 무엇인가.

“북한의 핵시설에 대해 임의로 선정하고, 임의 시간에 무조건적인 사찰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핵리스트 발표 이전에 핵동결부터 먼저 약속해야 한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금도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핵리스트 검증에만 1∼2년 이상 걸릴 것이다. 핵물질 생산을 동결한 뒤에 현재 핵인 핵무기 리스트를 제공하고, 미래의 핵 잠재능력 리스트도 제출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려면 북한 내부 헌법도 바꿔야 한다. 핵을 포기하고 경제우선 노선을 ‘대내외에’ 명확히 선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판문점 선언의 평화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반도 적화노선도 포기해야 한다. 대남 적화노선을 명시한 북한 내부 노동당 규약을 바꿔야 핵포기 및 비핵화 의지를 인정받을 수 있다.”

―지난 2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패네타 전 장관이 ‘미·북 정상회담은 처음부터 실패가 예정된 쇼’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화학무기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어떤 검증 체계도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현재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실망스럽고, 북한에 이용당하고 있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다만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될 때는 트럼프가 돌변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의 속임수가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군 내부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1일 기무사가 해편(解編)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새로 출범했다.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 수사 과정에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기무사 부하 대령과 거짓말 공방을 벌인 송영무 국방장관이 경질되는 등 군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수개월째 중단된 가운데,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를 위한 전방 감시초소(GP) 철수 논의도 남북 군당국 간 진행 중이다.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과 관련해 군인권센터와 여권이 내란 예비 음모를 제기하고 있지만 수사엔 별 진척이 없다.

“기무사에서 계엄을 검토한 8쪽짜리 문건뿐 아니라 67쪽짜리 대비계획 세부자료의 위법성을 두고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이다. 기무사 계엄 문건 자체를 내란 예비음모죄와 연결짓는 것은 상식적으로 무리다. 내란, 쿠데타는 새 정권을 세우는 행위다. 그렇다면 기존의 입법·사법·행정 등 국가의 기존 질서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권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전제가 들어가야 쿠데타 주장이 성립된다. 또 새로운 통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5·16 때 국가재건최고회의, 5공 정권 때 신군부가 5·17 계엄 확대 조치를 하면서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그런 건 전혀 없다. 정말 쿠데타 시도였다면, 계엄 검토 문건에서 보듯, 국회가 계엄 해제할 것을 눈치 보고, 국방부 비상대책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겠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기무사 계엄 문건의 일부 위법성 논란이 제기된 문서 자체는, 내란 음모가 아니라는 확실한 방증이다.”

―내란예비음모 시도가 아니라고 보는 또 다른 근거가 있는가.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은 현행 법질서 하에서, 경찰력을 초과하는 치안 부족 상태 또는 무기고가 탈취돼서 총격전까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 북한의 도발이나 대규모 침투가 있을 경우 등 세 가지 조건 하에서 계엄령에 관련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계엄령이 선포됐을 때 군이 어떻게 임무를 수행하는지를 검토한 것이다. 국회가 계엄을 해제했을 때 여러 가지 혼란이 우려되니까 국회가 계엄 해제를 못 하도록 직권상정을 방지한다든지 여러 안을 검토한 게 문건에 나온다. 그런데 그게 현행법에 위배가 되는 직권남용이나 정치개입의 문제가 있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그 자체가 내란 및 쿠데타의 확실한 증거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내란 및 쿠데타를 시도했다면 국회를 해산하려 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률 위법성 논란과 상관없이 국민 배신 행위’라고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을 규정했다.

“처음에는 ‘법 위반’이라고 했다가, 그다음에 ‘법 위반 여부는 모르겠다’는 식으로 뉘앙스가 바뀐 것 같다. 기무사 계엄 문건 문제보다도 진짜 심각한 것은 기무사 개혁 방식이다. 현 정부가 기무사를 진짜 개혁하겠다는 의지보다 기무사를 정권의 편의에 맞게끔 조정하고 싶은 게 원래 의도였던 건 아닌지 의문이 간다. 기무사 개혁 방안과 관련해 현역과 예비역들, 정말 기무사에 애정 있는 일반장교들은 기무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동향 보고를 해서 인사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두 번째 문제는 청와대 직보 제도다.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독대 보고는 거의 안 받았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때 몇 번 받았다고 하는데 어쨌든 주기적인 보고는 없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해당 수석들한테는 보고를 쭉 해오고 있다. 그동안 기무사가 청와대 가서 직접 보고하는 건,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 없이 관행적으로 해온 것이다. 평균 2주에 한 번꼴로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안보실장, 정무수석, 민정수석 등에게 가져가다 보면 꼭 군 관련 사안만 있지 않고, 청와대 관심사도 포함될 것이다. 국방부 장관한테만 보고하면 군 관련 사안만 보고하면 되겠지만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게 보고할 경우 결국 보고 받는 사람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월권 및 정치 개입 논란이 벌어질 소지가 생기게 된다.”

▲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에 대한 견해를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신 전 차장은 “안보지원사가 보안·방첩 전문기관으로 국방·안보에 도움이 되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려면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소지, 동향 보고를 통한 인사 개입, 청와대 직접 보고를 통한 군외(軍外) 업무에 대한 과도한 확장부터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 출범한 안보지원사가 ‘도로 기무사’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우려가 크다.

“최근 장영달 기무사개혁위원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해서 안보지원사 직무 범위를 정할 때 제가 큰 충격을 받은 건 청와대에 직보하는 체제다. 군사반란을 막는 대전복(對顚覆) 임무와 관련된 수집 정보는 장관한테 보고하면 되지 않는가. 두 번째는 군 수뇌부의 인사 비리다. 보안 방첩을 하는 부대라면, 군 수뇌부가 뇌물을 주거나 부도덕적인 사생활 등의 문제에 감시 같은 건 해서는 안 된다. 그게 보안 방첩과 무슨 상관이 있나. 군 수뇌부 비리 감시는 안보지원사의 업무 범위를 엄청나게 넓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군 장성 인사 자료 제공이다. 이는 청와대가 인사 다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 세 가지는 과거 기무사 직제령에도 없었고, 그냥 기무사 관행으로 해왔던 것이다. 청와대 블랙리스트와 인사개입 등의 모든 일탈 행위의 원천이, 군 인사 정보 제공이란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장영달 위원장 요구대로 되면 음성이 양성화될 수 있다. 소위 기무사 개혁을 해야 할 가장 결정적 이유들, 이런 잘못된 관행들이 법으로 보장을 받게 되면 엄청난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

신 전 차장은 “누군가가 기무사 계엄 문건을 통해 정권 입맛에 맞게 군대를 완전히 조정 통제하고 군대 내 안보정책과 국방정책에 대해 반발을 줄이는 데 굉장히 유용한 재료로 보고, 정치적으로 그 효용성을 감지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청와대 직보 행위, 인사 동향 제공, 인사 개입 이런 것을 없애고 정말 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해서 기무사가 권력기관이 아니고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개악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내란 음모 해프닝을 벌인 것이라면 훗날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무사는 왜 정치화됐고, 그 일탈의 근본 배경은 무엇인가.

“기무사의 가장 큰 임무는 대전복 임무다. 과거 간첩은 많이 소탕됐다. 대전복 임무 핵심은 동향 파악이다. 누가 모여서 군통수권자한테 역심을 품고 있느냐를 살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역심은 모든 사람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간첩이라고 하는 것은 조금만 파악하면 금방 식별이 돼서 간첩은 대상이 축소될 수 있는데 역심은 멀쩡한 사람도 품을 수 있어서 올 라운드 커버를 해야 한다. 민주화가 된 후에는 군사 쿠데타 가능성이 없어졌다. 왜냐하면 현행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게 군사 쿠데타인데, 이것은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화의 문제다. 현재 선진화된 한국 사회에서 절대 국민이 쿠데타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군인들은 다 안다. 그런 짓 했다간 멸문지화를 당한다. 지금 쿠데타가 가능한 정치문화를 가진 곳은 아프리카 몇몇 나라밖에 없다. 터키처럼 군이 정치 개입을 하는 것을 헌법으로 보장한 나라도 쿠데타가 이제 안 된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어떻게 쿠데타가 되겠나.”

―군 정보기관 개혁 방향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대전복 동향보고라는 것은 검증이 안 된다. 기무요원이 하는 동향 파악은 앉아서도 그냥 할 수 있고 잡담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 검증도 안 되고 불확실한 내용도 많고, 확인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런 역할 때문에 어디 가서든 대접을 받는다. 간첩단을 잡는다고 생각해보자. 몇 년간 죽을 고생을 하면서 해외까지 가서 간첩 한 명 잡기 힘들다. 보안 방첩은 고생은 하는데 별로 빛이 안 난다. 그런데 동향 파악은 인사에 개입하고 공포의 대상이니 아주 일하기 쉬우면서 막대한 권력을 누린다. 그러니 기무사가 보안 방첩은 안 하고 다 여기에 매달려온 것이다. 왜 우리나라는 국가정보원 포함해서 이스라엘 모사드나 영국 MI6, 미 CIA 같은 정보기구는 없고, 정보부처인데 실제로는 간첩 하나 제대로 못 잡고 어디 가서 잡히기나 하고, 실제로 보안 방첩은 젬병인데 우리 내부에서 자기 권력을 누리는 데에 고도의 능력을 발휘하느냐 하면 바로 직무 때문이다. 이게 개혁의 방향이다. 이것을 제대로 안 한다고 현 정부에서 정말 내란음모 해프닝까지 벌여서 어마어마한 일을 하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기무사의 잘못된 관행을 합법화해서 개악을 하고 있으니, 그 진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안보지원사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앞으로 안보지원사의 청와대 출입을 원천 금지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군 관련 첩보는 철저하게 보안 및 방첩에 국한하고, 개인의 동향을 파악하더라도, 군사 기밀을 누설하기 위해서 무기 거래업자 하고 접촉을 한다든지, 소위 보안과 방첩에서 범죄 의심 여지가 있을 때만 확인을 해야 한다. 비위와 관련해서는 군 내 검찰 등 감찰 기능과 헌병에 맡기면 된다. 군 간부가 누구를 만나서 돈 받아 먹고, 부적절한 이성 관계하는 것을 군 정보기관이 나서서 감시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안보지원사가 양지로 나오면 안 된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정말 보안방첩의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고, 양지로 나오면 안 된다. 김종필 전 총리가 중앙정보부를 만들면서 양지를 지향한다고 했는데 좋은 뜻으로 양지를 목표로 바라보는 것은 좋지만, 지향은 하되 양지로 걸어 나오면 안 된다. 양지로 나오는 순간 권력기관으로 변질된다. 음지에서 수집된 정보가 양지에서 활용되기 시작하면 막강한 권력의 원천이 된다. 특히 취사선택해서 맘껏 요리를 하면 이 세상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없다. 사소한 인간적 실수, 자기 행동거지의 단순실수, 크게 범법이 아니더라도 이런 것들을 모아서 얼마든지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이게 양지로 나오는 길이 동향 보고와 인사 개입 및 청와대 보고다. 이게 개혁의 핵심인데 그 핵심은 안 건드리고 엉뚱한 짓만 하면 안 된다. 장성 인사 자료나 모으고 미행해가면서 일반 비리 캐내서 청와대에 보고하는 데만 신경을 쓰게 되면 북한의 정치보위부와 다를 게 뭐가 있겠나.”

―초법적인 대전복 임무를 군정보기관에서 제외해 다른 기관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보는가.

“구 소련 레온 트로츠키가 정권을 만들 때 철저한 감시제도를 통해서 민중봉기를 차단했고 군사 쿠데타 방지 기능을 하기 위해서 공산권은 특이하게 정치 공간을 뒀다. 이 정치 공간이 군사 공간보다 힘이 더 세게 된 것이다. 보통 민주주의 국가들의 군대는 국민의 군대인데 공산권은 당의 군대로 만들었다. 트로츠키가 정권을 설계할 때의 핵심 개념이다. 자유민주주의 나라 중에서 1950∼1960년대에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식민지에서 막 해방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나라들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민주화가 성숙한 나라 중 쿠데타가 발생한 나라가 어디에 있나. 지금 우리나라는 쿠데타를 하기에는 정치 문화가 너무 선진화됐다.”

―국방부가 12월 발간 예정인 ‘2018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 문구를 삭제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판문점 선언이란 게 실제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전도 없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전혀 변화가 없는데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웃으며 인사하고, 북한이 수없이 어겼던 약속 문구 하나 있다고 해서 선행 단계로 훈련도 줄이고, 전방 전력도 후방배치하려는 등 여러 대비 태세를 엄청나게 약화하려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 북한이 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게 되면 아마 군의 정신 전력을 훼손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남북관계가 정상이 한두 번 만났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우리의 안보 국방태세는 북한과 상호주의에 의해 서로 협의를 통해 검증되는 가운데 적절히 줄여나가야 한다. 우리가 확실한 안보태세를 유지한다고 하면 적 개념 문구 수정을 검토했다고 해도 영향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문구로 끝나는 게 아니고 우리 장병 정신 교육 체계의 본질을 흔들 수 있는 방아쇠가 될까 봐 굉장히 우려스럽다.”

―지금 군축 협상에서 DMZ 내 GP의 시범적 철수를 10개부터 한다고 하고 구역별로 추진한다고 한다. 군축협상에서 전방 부대 일부를 후방으로 배치하는 방안 등도 추진되고 있다.

“앞서가는 게 아니라 다분히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접근하면 이런 방안이 나올 수가 없다. 군비통제(군축)가 되려면 상호 군사적 신뢰가 선행돼야 한다. 제대로 확인되도록 상호 검증 조치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남북 간에 초보적인 신뢰도 구축이 안 됐다.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더더구나 없는 상황이다. 현 정부가 앞서가는 것을 넘어서 우리 대비 태세를 오히려 약화시키는 게 마치 목적인 것처럼 보지 않을 수가 없는 게, 북한은 어떤 조치도 안 하는데 우리는 선행적으로 발표를 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안보태세와 국방태세를 약화시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북한에 무력 사용 욕구를 더 충동질하는 것으로도 비친다.”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 진전에 비해 너무 앞서나간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 우리 전방지역 작전 공간이 북한과 비교가 안 된다. 평양과 서울 중심으로 하면 휴전선 기준으로 세 배 정도 공간 차이가 난다. 서부전선 기준으로 휴전선에서 40∼50㎞ 남은 공간 중에서 몇 개 방어선이 있는데, 아파트·공원·도로 등 도시개발한다고 경기 북부부터 경기 김포까지 다 허물어졌다. 사실 DMZ부터 10㎞까지 최전선 방어선밖에 없다. 그것을 물리면 우리는 방어선이 하나도 없게 된다. 전방부대를 후방배치하면 경기 파주가 최전방이 된다. 북한의 선의를 믿고 보기 싫은 군부대 진지 다 없애면 어떻게 되겠나. 파주 아파트에서 맨주먹 불끈 쥐고 원수를 막아내겠다는, 6·25 당시와 같은 각오가 있어야 한다. 북한 기계화 부대가 수도 서울까지 1시간 만에 밀어닥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 스스로 6·25 직전 상태를 애써서 만드는 셈이다. 군비통제 문제는 비핵화하고도 상관이 없으며, 남북 간 공존 및 평화체제와 관련 있는 사안이다. 북핵이 없어진다고 해도 이건 별개 사안이다. 우리의 모든 안보태세, 한·미동맹부터 자주국방 방위태세 안보역량은 핵과 무관한 것이다. 핵이란 것은 북한의 안보 위협을 가중하는 하나의 원인이지 핵 자체가 안보 위협의 전부는 아니다. 1953년 7월 27일에 휴전된 이후에 북한의 소소한 국지도발이나 침투는 있었지만 그 이상 대규모의 국지도발이나 전쟁이 이뤄지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평화를 누렸다.”

인터뷰 = 정충신 부장 (정치부) csjung@munhwa.com
정리 =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mail 정충신 기자 / 정치부 / 부장 정충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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