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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07일(金)
깡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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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는 8·15 광복 이후에 사회·정치적 혼란을 틈타 폭력을 쓰며 못된 짓을 일삼는 패거리가 생기자 그 무리를 지칭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단어이다. 실제 예는 김기림 선생이 1949년 ‘학풍’에 실은 ‘새말의 이모저모’라는 글에 처음 나온다.

민간에서는 대체로 ‘깡패’를 ‘깡통’의 ‘깡’과 한자 ‘패(牌)’가 결합된 어형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자유당 시절에 박수 부대로 동원된 건달들이 깡통을 두드리며 상대편 유세를 방해했다는 사실, 또는 깡통을 찬 거지 떼가 몰려다니며 못된 짓을 자행했다는 사실에 기반한 설인데, ‘패’가 ‘牌’인 것은 분명하나 ‘깡’을 ‘깡통’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어학계에서는 ‘깡패’의 ‘깡’을 영어 ‘gang’과 관련해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gang’이 ‘깡’으로 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설명이 없다. 필자는 이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첫째는 영어 ‘gang’이 국어에서 ‘깽’으로 변한 뒤에 그것과 한자 ‘패(牌)’가 결합해 ‘깽패’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변해 ‘깡패’가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gang’을 이용한 ‘깽판’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고, 또 ‘깽패’가 ‘깡패’로 변한 것을 일종의 이화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깽패’라는 단어가 ‘깡패’에 앞서 실제 비중 있게 쓰였다는 사실이 밝혀져야 하는 전제가 있다. 아쉽게도 ‘깽패’는 1960년대 신문에서 두 번 검색될 뿐이다.

둘째는 ‘gang’에 대한 일본식 취음(取音)인 ‘걍그’가 국어에서 ‘?그’로 변한 뒤에 이것을 ‘깡’으로 받아들여 ‘패(牌)’와 결합한 어형으로 보는 것이다. ‘걍그’와 ‘?그’가 일제강점기에 국어에 들어와 쓰였고, 또 ‘?그’를 이어서 바로 ‘깡패’라는 단어가 등장하므로 이들의 관련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필자는 두 가능성 가운데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하신가.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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