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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07일(金)
나라 좌초시킬 見指忘月 정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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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지지율 하락에도 野 2배 넘어
하락 자체보다 원인이 더 문제
善意와 熱意 불구 자책골 속출

‘드리머’는 대통령으로 충분
냉정한 설계자·집행자들이
정권이 길 잃지 않도록 해야


현 정권의 국정 지지율이 속락하고 있다. 80%를 오르내리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3개월 만에 50% 전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도 없었다. 그렇다고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야당의 2배 이상이다.

진짜 문제는, 하락 자체가 아니라 하락의 원인이다. 불가피한 외인(外因)이 아닌 ‘자책골’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선장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바람을 이용할 뿐, 바람이 부는 데로 배를 몰지는 않는다. 때로는 역풍도 불사한다. 그래서 거친 파도가 유능한 선장을 만든다. 그런데 선장이 항로를 잘못 선택하고, 항해사의 역량은 부족하며, 선원들 사이에 분란까지 일어난다면 그 배는 좌초하기 쉽다. 소득주도성장과 남북관계에 집착하는 문 정부가 이와 흡사하다.

포용 국가든, 나라다운 나라든, 잘 해보려는 문 대통령의 선의와 열의는 이해할 만하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목적지를 잘못 설정했거나, 엉뚱한 항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달을 가리키면서도 손가락만 보고 정작 달은 잊어버리는 견지망월(見指忘月)이 정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의 근본적 문제는 저성장임을 문 정부도 알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움직인다. 경쟁국에서 다 내리는 법인세를 올리면서, 노동 개혁은 뒷전이고, 규제 혁파는 말뿐이다. 점점 기업 하기 싫은 나라가 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견지망월도 넘어 말 앞에 마차를 매다는 격이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무차별적인 주 52시간 근무제가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모른다면, 청와대에서 나와 걸어서 삼청동 편의점 몇 곳과 인사동 음식점, 종로경찰서 뒤편 공영주차장이라도 찾아가 보라. 모두가 체감하는데 ‘고용의 양과 질이 좋아졌다’고 우긴다.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는 통계청장까지 앉혔으니, 어떤 황당한 주장이 더 나올지 두렵다.

지난해 집권 직후 응급조치로 11조 원의 추경 예산을 일자리 마중물이라며 투입했다. 11만 명에게 1억 원씩 줄 수 있는 돈이었다. 이것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수십조 원을 더 퍼부었고, 내년 예산도 그렇게 편성했다. 국가 채무가 매년 40조∼50조 원씩 늘어난다. 그런데도 재정 승수가 높고, 결과물이 남아 오래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SOC 투자는 죄악시한다.

주택 정책은 더 한심하다. 살기 좋은 주택 공급은 억제하면서, 집값을 잡는다며 조세를 동원한다. 정부는 세수(稅收)가 늘어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수요가 있는 한, 세금은 전가되어 그만큼 집값도, 전세도, 월세도 오른다. 우왕좌왕 끝에 다시 신도시 카드를 꺼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좋은 기업들을 입주시켜 자족 도시로 만들 계획은 없이 아파트만 짓기 때문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와 주택에 관한 한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온갖 세제를 동원해도 안 되면 주택 공영제나 주택 배급제라도 실시할 모양이다. 지역균형 개발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업 환경과 교육 환경을 만들면 저절로 해결된다. 세금으로 뒷받침되는, 즉 망하지 않을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을 억지로 나눠주려는 것은 국가 경쟁력 저하와 세 부담 증가로 국민 피해를 이중으로 키운다.

안보도 예외는 아니다. 북핵 폐기라는 본질은 외면하고, 북한 달래기와 대북 지원을 위해 안달한다. 북한은, 핵무기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탓, 경제난은 미국 제재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하면 북한의 잘못된 체제 때문임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이런 본질을 직시하지 않고 북한 지원에 나서면 북핵은 해결하지 못하고, 한·미 동맹 균열로 안보만 약화시킬 뿐이다.

적폐 청산이 필요하지만 바르게 해야 한다. 구(舊)적폐 자리를 신(新)적폐로 메워선 안 된다. 제도 개혁으로 적폐 여지를 없애야 한다. 그런데 낙하산·코드 인사 등 내로남불을 보면 신적폐가 구적폐 뺨칠 정도다. 현 정권은 벌써 ‘취임사 초심’을 망각하고 20년 장기집권 등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 선의에만 기반한 좌파 정책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지금도 아르헨티나, 브라질, 그리스가 생생히 보여준다. ‘드리머(dreamer)’는 최고지도자 한 사람으로 족하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주변엔 냉정한 설계자와 유능한 집행자들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정권은 길을 잃고, 국가의 좌초 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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